letter/To @@
20230311
순애_
2024. 5. 18. 06:39
또 당신이 떠오릅니다. 당신과 사랑을 시작했던 그때가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많은 시간이 흘러 많은 것들이 야속하게 변했지만, 나는 이 자리 이대로 머물러 있습니다. 용기 내 처음 잡았던 그 두 손을 기억하시나요. 그때의 그 온기를 기억합니다. 함께 했던 모든 순간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사랑했습니다. 그때, 당신의 손을 놓아서 미안했습니다.
당신의 미소가 따뜻하다 못해 뜨거워서 데일 것 같았습니다. 나와의 영원은 빌 수 없었기에, 당신의 행복을 빌었습니다. 얼음장같이 차가운 내가 당신 곁에 있으면 안 될 것 같았습니다. 당신이 그 뜨거움을 열정으로 세상을 살아가길 바랐습니다. 당신을 가로막는 것 따위 무시할 수 있는 당신의 그 무모함을 동경했으니까요.
포기라고 불렀지만 결국 나의 어리석음이었습니다. 나는 그 어느 순간 단 한 번도 당신을 포기한 적 없습니다. 당신과의 사랑의 결말이 더 이상 포기일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나는 자유로울 겁니다. 자유 안에서 날개를 펼칠 겁니다. 비로소 난 행복해질 겁니다.
추운 겨울이 지나 봄이 와 따스함에 나른해지는데, 언젠가 이 따스함도 무르익고 여름 장마가 되겠죠. 하나 둘 떨어지는 낙엽 사이로 추운 바람이 불어와도 다시 꽃피울 때까지 그 자리 그대로 머물러 주세요. 또다시 꽃 피는 봄이 오면 그때에도 난 당신 곁에 있겠습니다.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