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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채로운 흑백 내가 추억을 부르는 말이다. 사라지는 것들은 항상 추억을 슬퍼지게 만든다. 나의 하루를 채운 너는 이제 여기에 없고, 그때의 나조차도 지금 여기에 없으니까. 내가 아끼는 기억이 영원히 그대로 과거에 머문다면, 난 거꾸로 달리려 애를 썼겠지만, 모든 것들은 서서히 색을 잃어간다. 하지만 어렴풋이 떠오르는 사랑들은 살다보면 또 다른 모습으로 나에게 돌아오기에 그땐 더 잘해줘야지, 무척 아껴줘야지 다짐하게 된다. 그러다 또 순간들이 흩어진다해도 추억들은 점점 나를 벅차오르게 만들 것이다.마음처럼 되지 않는 것들에 너무 상처받지 않았으면 한다. 떠나가는 것들보다 곁에 남아 당신을 지켜주고 있는 것들이 더 많으며 새로운 축복들 또한 당신을 향해 오고 있을테니, 걱정하지 말고 오늘 하루의 행복에 집중하길 바란다. .. 2026. 3. 27.
이쯤에서 멈추겠습니다 자주 잊어요. 자주 잊습니다. 그러고 살아요. 그게 무엇이든 잊는 걸 잘해야 해요. 잊어야 다음이 있더라고요. 비워내야 내일로 갈 수 있더라고요. 고여있는 하루가 계속 될 때마다 목소리를 냈어요. 살자고, 살아보자고, 붙잡을 수 있는 것만 생각하자고요. 세상엔 나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것들이 아주 많으니까요. 묵묵히 살아보려고요. 어떻게든 잊어볼까 해요. 괜찮아지는 법을 연습해볼까 합니다. 그렇게 계속 지우다 보면 결국 끝에 가서 남는 건 내가 될 것 같아서요. 저는 저를 조금 더 알고 싶거든요. 잊어도, 버려도 남아 있는 것들로 괜찮을 수 있다는 걸 배우고 싶어요. 나를 사랑하는 법을 배우기 전에 당신을 사랑하는 법을 먼저 배운 탓에 계절이 여러 번 바뀌는 동안에도 많은 것이 여전해요. 그리고 그 .. 2026. 3. 21.
오만했던 착각 그날 네가 혹시나 뒤돌아보진 않을까 싶어 나는 네 뒷모습을 한참을 바라보고 있었어. 너 떠나고 내 방은 한동안 습기가 가득했어. 집에 돌아오자마자 머리 끝까지 뒤집어 쓴 이불 안은 한참을 눅눅했지. 여름이 저물면 내 마음도 어느 정도 저물까 싶었는데 말이야. 내가 붙잡아도 떠나가는 것들과 내가 밀어내도 곁에 머무르는 것들을 미워하고 있어. 계절마다 아픈 사람이 있어 매번 계절을 미워하면서도 가끔은, 내가 놓아주지 않아도 저절로 흘러가는 계절의 순리를 사랑하기도 해. 어리석게도 놓아야 할 것을 놓아주지 못 한 채 쥐고 있어 아픈 것보다는, 차라리 잡으려 애써도 어쩔 수 없이 흘러가버리는 게 낫잖아.나는 이제야 아무렇지 않게 여름을 발음할 수 있어. 하지만 돌아오는 여름 앞에서 내 입술은 또다시 녹아 여름을.. 2026. 3. 20.
너를 버린 이유 너를 모르던 그때로 돌아가고 싶지만, 그래도 지금에나마 너를 놓을 수 있어서 참 다행이다. 나쁜 사람으로 살아가는 게 훨씬 쉽다는 말을 증명하듯, 기회주의자로 살아가는 너를 보면 싫증을 넘어서 증오의 감정이 들었다. 못 가진 것에 대해 갖는 그 감정을, 본인은 동경이라 일컫겠지만, 너의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큰 상처를 주는지 너는 절대 모를 것이다. 그건 열등감일 뿐이다. 네가 못 가진 걸 왜 가진 사람들에게 화풀이인가. 너는 그 감정을 이해할 수 없게 태어난 사람이다. 네가 하는 말들은 모두 날이 서있었고, 네가 줏대와 호불호라고 부르는 것들은 이기심에 불과했다. 너에 대해 기억나는 모든 것들을 지우고, 좋았던 기억도 내 손으로 더럽혀서 널 미워하는데, 엮여있는 사람들의 관계까지 내가 끊어낼 수.. 2026. 3. 20.
신념이란 허상 신념을 가진 자들은 두려움을 모른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비틀어진 신념에 미친 것들이었다. 그들은 본인이 생각하는 정의의 기준에 세상을 맞추려고 한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반대되는 일에는 눈만 가리는 꼴이라니. 상실의 고통은 그들을 삼키지 못한다. 진정으로 잃을 것이라고는 본인의 굳은 믿음뿐이니까. 그렇기에 그들은 망설임 없이 자신들의 육체를 세상에 내던질 수 있는 것이었다. 육신은 으스러져 부패되어도 그들이 사랑하다 못해 절절히 목을 매는 이념은 이 땅 위에 영원토록 기억될 것이니. 허나 그것은 터무니없는 비약으로 스스로의 눈을 가리는 짓의 반복이니 결코 그들을 올바른 실존의 길로 인도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들은 종종 삶의 목적을 논하는 과정에서 명예를 제시한다. 오직 명예를 좇으며 자신의 .. 2026. 3. 18.
습관이 된 너 입술 트면 안 된다며 자기 전에 꼭 내 입술에 발라주던 바세린. 자다 깨서 뒤척이면 늘 뚜껑 따서 건네주던 작은 물 한 통. 눈 뜨면 나를 꼭 끌어안고 해주던 얕은 키스. 어떤 아픈 날에는 무작정 찾아와 쥐어주던 약. 사소하고 커다란 네 사랑들이 여전히 내 곁에 있다. 난 아직도 자기 전에 습관처럼 바세린을 바르고 작은 물 한 통을 옆에 두고 잔다. 눈 뜨면 네가 있던 자리를 손으로 매만졌다가, 아파서 수척해진 몸을 이끌고 약을 먹으려다 정처없이 무너진다. 버릇처럼 해대던 우리 사랑은 어느새 나에게만 남겨진 습관이 돼 내 삶 곳곳에 서성이는데, 사랑을 한껏 가르쳐 준 너는 없고, 나는 이 못난 습관을 고치려고 한동안 또 매일 울겠지. 다리 아파, 한 마디에 눈도 다 뜨지 못한 채 비몽사몽 침대에 걸터 앉.. 2026. 3.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