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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켜줄게 혹시 기억나? 네가 처음으로 내게 지난 상처들을 털어놓던 날. 아마 그때부터였을 거야. 사랑을 넘어서 지켜주고 싶다는 생각까지 하게 된 게. 이 사람만은 내가 어떻게든 지켜줘야겠구나. 괜찮다는 말을 달고 살지 않게 해줘야지. 혼자 무언가를 앓지 않게 해줘야지. 어쩌다 죽고 싶어지는 날이면 내 이름 세 글자가 따라붙는 탓에 결국에는 살아야겠다,하는 그런 사람으로 만들어줘야지.네가 괜찮다는 말을 쏟아내며 살다 결국 탈이 나버렸던 그 날, 밀려오는 서러움은 이내 너를 삼켜버렸고, 텅 빈 속을 아무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아 발악했던 시간들은 전부 물거품이 되어버렸지. 나는 아직도 그날을 잊지 못한다. 괜찮다는 말도 습관처럼 뱉다 보면 너 자신조차 속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서럽게 울던 모습. 뭐라도 욱여넣어야만 .. 2026. 9. 12.
어리고 서툰 지난 날의 나 사랑에 흠뻑 빠진 적이 있다. 비에 젖고 나면 더 이상 젖지 않는 것처럼, 젖어가는 마음이라 더 이상 말릴 수 없는 것처럼, 누군가를 무척이나 좋아한 적이 있다.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사람이 있다. 이를테면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바라봐 주는 사람. 내리막 시기의 나를 기꺼이 끌어올려 주는 사람. 여린 마음을 예민함으로 치부하지 않고, 다정히 보듬는 사람. 오해를 이해로 바꾸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는 사람. 서로 다른 우리가 만나 함께 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과 노력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걸 아는 사람. 불타지 않고, 포근한 온도를 지켜내는 사람.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그런 사람.네가 잘 지냈으면 좋겠어. 네가 내 안부를 궁금해하지는 않더라도, 네 안부는 가끔 들려왔으면 좋겠어. 내가 사람으로, 사랑으.. 2026. 9. 12.
다채로운 흑백 내가 추억을 부르는 말이다. 사라지는 것들은 항상 추억을 슬퍼지게 만든다. 나의 하루를 채운 너는 이제 여기에 없고, 그때의 나조차도 지금 여기에 없으니까. 내가 아끼는 기억이 영원히 그대로 과거에 머문다면, 난 거꾸로 달리려 애를 썼겠지만, 모든 것들은 서서히 색을 잃어간다. 하지만 어렴풋이 떠오르는 사랑들은 살다보면 또 다른 모습으로 나에게 돌아오기에 그땐 더 잘해줘야지, 무척 아껴줘야지 다짐하게 된다. 그러다 또 순간들이 흩어진다해도 추억들은 점점 나를 벅차오르게 만들 것이다.마음처럼 되지 않는 것들에 너무 상처받지 않았으면 한다. 떠나가는 것들보다 곁에 남아 당신을 지켜주고 있는 것들이 더 많으며 새로운 축복들 또한 당신을 향해 오고 있을테니, 걱정하지 말고 오늘 하루의 행복에 집중하길 바란다. .. 2026. 3. 27.
이쯤에서 멈추겠습니다 자주 잊어요. 자주 잊습니다. 그러고 살아요. 그게 무엇이든 잊는 걸 잘해야 해요. 잊어야 다음이 있더라고요. 비워내야 내일로 갈 수 있더라고요. 고여있는 하루가 계속 될 때마다 목소리를 냈어요. 살자고, 살아보자고, 붙잡을 수 있는 것만 생각하자고요. 세상엔 나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것들이 아주 많으니까요. 묵묵히 살아보려고요. 어떻게든 잊어볼까 해요. 괜찮아지는 법을 연습해볼까 합니다. 그렇게 계속 지우다 보면 결국 끝에 가서 남는 건 내가 될 것 같아서요. 저는 저를 조금 더 알고 싶거든요. 잊어도, 버려도 남아 있는 것들로 괜찮을 수 있다는 걸 배우고 싶어요. 나를 사랑하는 법을 배우기 전에 당신을 사랑하는 법을 먼저 배운 탓에 계절이 여러 번 바뀌는 동안에도 많은 것이 여전해요. 그리고 그 .. 2026. 3. 21.
오만했던 착각 그날 네가 혹시나 뒤돌아보진 않을까 싶어 나는 네 뒷모습을 한참을 바라보고 있었어. 너 떠나고 내 방은 한동안 습기가 가득했어. 집에 돌아오자마자 머리 끝까지 뒤집어 쓴 이불 안은 한참을 눅눅했지. 여름이 저물면 내 마음도 어느 정도 저물까 싶었는데 말이야. 내가 붙잡아도 떠나가는 것들과 내가 밀어내도 곁에 머무르는 것들을 미워하고 있어. 계절마다 아픈 사람이 있어 매번 계절을 미워하면서도 가끔은, 내가 놓아주지 않아도 저절로 흘러가는 계절의 순리를 사랑하기도 해. 어리석게도 놓아야 할 것을 놓아주지 못 한 채 쥐고 있어 아픈 것보다는, 차라리 잡으려 애써도 어쩔 수 없이 흘러가버리는 게 낫잖아.나는 이제야 아무렇지 않게 여름을 발음할 수 있어. 하지만 돌아오는 여름 앞에서 내 입술은 또다시 녹아 여름을.. 2026. 3. 20.
너를 버린 이유 너를 모르던 그때로 돌아가고 싶지만, 그래도 지금에나마 너를 놓을 수 있어서 참 다행이다. 나쁜 사람으로 살아가는 게 훨씬 쉽다는 말을 증명하듯, 기회주의자로 살아가는 너를 보면 싫증을 넘어서 증오의 감정이 들었다. 못 가진 것에 대해 갖는 그 감정을, 본인은 동경이라 일컫겠지만, 너의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큰 상처를 주는지 너는 절대 모를 것이다. 그건 열등감일 뿐이다. 네가 못 가진 걸 왜 가진 사람들에게 화풀이인가. 너는 그 감정을 이해할 수 없게 태어난 사람이다. 네가 하는 말들은 모두 날이 서있었고, 네가 줏대와 호불호라고 부르는 것들은 이기심에 불과했다. 너에 대해 기억나는 모든 것들을 지우고, 좋았던 기억도 내 손으로 더럽혀서 널 미워하는데, 엮여있는 사람들의 관계까지 내가 끊어낼 수.. 2026. 3.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