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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yearning

아쉬움이란 꼬리표

by 순애_ 2024. 4. 23.

참 불행했지. 겉으로는 괜찮다고 말하면서도 사실은 늘 괜찮지 않았던 우리. 서로에게 상처를 내지 못해 안달이 난 듯한, 받지 않으려 애쓰다 결국 상대에게 상처를 입혔던, 맘에도 없는 말들로 어떻게든 서로를 할퀴곤 했던 날들.

나는 요즘도 우리의 문제점을 나열해 혼자서 자주 아파한다. 그때를 떠올리면 대부분이 고통 속에 몸부림치던 기억뿐인데도 기어코 놓지 못하는 마음. 언제부터였을까. 단단할 것만 같았던 우리가 작은 바람에도 쉽게 휘청이기 시작했을 때가. 사랑을 입모양으로조차 발음하지 못하게 됐을 때가. 알면서도 왜 자꾸만 당신을 사랑하고 싶을까. 왜 이토록 긴 여행을 택했는지, 후회가 끝없이 내 목을 감싼다.

서로 등을 지고 각자의 길을 걷기로 했던 날, 그날부터 나는 줄곧 경로를 이탈한 사람 같다. 어떤 길을 걸어도 내가 가야 하는 길이 아닌 느낌. 걸으면서도 내가 어디로 향해 걷고 있는지, 갈림길이 나오면 어딜 택해야 당신과 다시 마주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일. 어느 길을 택하든 당신이 있길 바라는 그런 어리석은 기대감. 의연함을 주머니 속에 넣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던 때가 있었는데, 언제 어디에 두고 왔는지 아무리 온몸을 털어봐도 도통 보이지 않는다. 이토록 회복력이 없었나. 내가 이 정도로 모진 사람을 마음에서 꺼낼 줄 모르는 사람이었나. 모진 사랑을 품고 사는 사람이었나.

시간이 약일 거라 했던 무책임한 당신 말이 밉다. 당신 말대로 당신과 헤어지고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것만 같은 것들이 결국 시간의 힘을 이기지 못했지. 당신이 좋아하던 카페에는 어느 순간 영업을 종료한다는 안내문이 붙었고, 우리가 자주 가던 식당 사장님은 보이지 않는다. 또 얼마 전에는 우리 기념일 사진을 찍었던 사진관이 사라졌더라. 묘하게 기분이 이상해. 사실 그것들이 존재한다고 해도 달라질 건 없는데. 함께했던 공간들은 서서히 사라져가고 변해가는데 당신을 향한 내 마음이 여전한 이유가 뭘까. 이 감정이 남은 사랑인지 아쉬움인지 모르겠다.

당신 마음과 내 마음이 멀어지는 일, 그거 하나만으로도 다른 설명이 필요 없는 관계에 나도 모르게 아쉬움이란 꼬리표를 달아놓은 걸까. 자꾸만 사라져가는 우리의 발자취가 내 고개를 숙이게 만든다. 대체 뭐가 그리 대단한 사랑이었다고 나는 아직도, 아직도 이럴까. 따지고 보면 당신과 나도 그저 스쳐 지나가는 인연이었을 뿐일텐데. 나는 아직 내 마음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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