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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pain41

끔찍한 혼종 선천적으로 타고난 기질이 하필이면 우울이라니. 남들보다 더 우울하고 우울함을 잘 느끼고 우울할 수 있는 게 썩 유쾌하지는 않다. 타고난 기질을 고치는 방법이 있긴 할까. 신께서는 견딜 수 있을 만큼의 고통만 주신다고 하시던데 나는 내 그릇이 작아서 이 정도도 버겁게만 느껴진다. 나를 너무 과대평가하신 것 같다. 끔찍한 혼종을 만들어 낸 건 나였다. 우울의 본체를 가지고 그 난리를 떨고 있었으니. 이래서 쓸데없이 밤이 긴 날이 너무 싫었다. 결국 손쓸 새도 없이 빠져버린 윗니들은 결국 누군가의 슬픔이 되어 버렸다. 찰나의 단잠에 빠져 그 속에서 허우적거리던 손짓들은 누군가의 고통이 되어버렸고, 빠진 윗니들을 가볍게 여기던 마음은 슬픔이 되어 내게 돌아와버렸다. 낭창한 목소리로 수화기를 들어 올리며 장난스럽.. 2024. 11. 23.
사랑이 아파요 보이지 않아도 은연중에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무언가들이 있다 예를 들면 공기라던가 신이라던가 그런 갖가지 것들 나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보겠다며 애를 썼고 손에 잡히지 않는 것을 잡아 보겠다며 발버둥을 쳤다 보이지 않고 잡히지 않아 믿을 수도 없는 것을 믿어버리고는 왜 믿었냐며 나를 자학했다 과연 사랑은 존재하는가 그렇다면 왜 나에겐 그것이 보이지 않고 그저 허상처럼 느껴지는가 있으면 살 수 있다던데 나는 없어서 죽어야 하나 사랑이라는 것이 그랬다 보이지 않아도 은연중에 사랑이 가득할지도 모른다는 것을 미리 알았다면 좋았을 텐데 공기가 가득해 숨 쉬고 살아갈 수 있는 것처럼 사랑 또한 그런 줄 알았다면 네게 사랑을 보여달라며 발악하는 여자로 남진 않았을 텐데 나는 아무리 발악해도 보이지 않는 사.. 2024. 11. 4.
끝난 인연 보호되어 있는 글 입니다. 2024. 10. 28.
최악의 최악 보호되어 있는 글 입니다. 2024. 10. 27.
스물 다섯쯤 너는 나와의 미래에 대해 얘기할 때면 꼭 우리의 스물 다섯 이후에 대해 말하곤 했다. 왜 하필 스물 다섯이냐고 물으면 너는 그랬다, 그냥 스물과 서른의 중간이라 좋다고. 하지만 나도 안다. 너는 스물 다섯이 되기 전에 죽을 거라는 내 말이 사실이 될까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을. 그래서 스물 다섯의 약속을 자꾸만 하는 거라는 것을. 내가 언젠가 그랬었지, 사람은 아쉬운 게 있으면 삶이 아쉬워진다고. 봄 되면 벚꽃도 보고 여름 되면 바다에도 놀러가야지, 그리고 다음 겨울이 돌아오면 그때 죽어야지 하다가도 겨울에 붕어빵도 먹고 눈사람도 만들어야지, 겨울에 죽는 것은 너무 추우니까 다음 봄이 돌아오면, 그러니까 좀 더 날이 따뜻해지면 그 때 정말 죽어야지 하게 된다고. 그렇게 계속 죽음을 미루게 된다고. 네가 내.. 2024. 9. 25.
당신의 부재는 곧 멸망이라 보호되어 있는 글 입니다. 2024. 9.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