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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pain

스물 다섯쯤

by 순애_ 2024. 9. 25.

너는 나와의 미래에 대해 얘기할 때면 꼭 우리의 스물 다섯 이후에 대해 말하곤 했다. 왜 하필 스물 다섯이냐고 물으면 너는 그랬다, 그냥 스물과 서른의 중간이라 좋다고. 하지만 나도 안다. 너는 스물 다섯이 되기 전에 죽을 거라는 내 말이 사실이 될까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을. 그래서 스물 다섯의 약속을 자꾸만 하는 거라는 것을. 내가 언젠가 그랬었지, 사람은 아쉬운 게 있으면 삶이 아쉬워진다고. 봄 되면 벚꽃도 보고 여름 되면 바다에도 놀러가야지, 그리고 다음 겨울이 돌아오면 그때 죽어야지 하다가도 겨울에 붕어빵도 먹고 눈사람도 만들어야지, 겨울에 죽는 것은 너무 추우니까 다음 봄이 돌아오면, 그러니까 좀 더 날이 따뜻해지면 그 때 정말 죽어야지 하게 된다고. 그렇게 계속 죽음을 미루게 된다고.

네가 내가 너로 인해 삶을 아쉬워하길 바란다는 것쯤은 나도 이미 알고 있다. 하지만 나는 그리 단단하지 못 하고 여전히 스물에 모든 마음이 머물러있는 걸. 너는 스물 다섯이 되어도 여전히 스물처럼 나를 사랑할 거야? 그럴 수 있어? 나의 마음은 시간을 따라가지 못 하고, 나는 여전 히 여름을 닮은 노래만 들으면서 사는데. 이렇게 미련한 나의 스물 다섯에 네가 여전히 스물 같을 수 있을까. 너 혼자만 시간을 따라가버려 어른이 된다면 남겨진 나는 어떡하지. 스물 다섯을 넘어 스물 여섯 스물 일곱, 여덟, 아홉. 그 때가 되어도 우리가 여전히 스물일 수 있을까. 우리가 여전히 여름의 들판 위에 누워 낮잠을 자는 그런 터무니없는 상상을 할 수 있을까. 우리가 여전히 서로의 여름을 매만지는 사이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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