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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202432

20240522 자꾸 나를 생각하면 죽고 싶어진다. 너를 생각해야, 그래야 나는 살 수 있다. 점점 길어지는 낯이 너무 무서워도, 자주 내리는 비에 마음이 멍들어도, 바다에 뛰어들고 싶은 마음이 불쑥 고개를 들어도, 나는 너를 생각하면 살 수 있다. 내 모든 걸 다 내어줄 수 있는 사랑, 어디에 더 있을까. 내가 죽어서도 너를 천년토록 만년토록 기다리기만 할 수 있다고 고히 고백할 수 있는 사랑. 이미 없는 너를 씹어 삼켜야만 내가 살아갈 수 있는 사랑. 보고 싶어도 볼 수 없고 눈 앞에 있지만 없는 너를 직접 안고 느낄 수 있는 사랑. 내 영원한 마지막을 내바칠 만큼 간절한 사랑. 만약 그 사랑을 너도 먹을 수 있다면, 나는 정말 널 사랑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남들과는 좀 다른 우리의 방식을 당당히 내보일 수 있을까.. 2024. 11. 9.
20241106 받은 사랑에 비해 내가 건넨 사랑이 얼마나 모자랐는지를 지나고서야 알게 된다 소중했던 무언가를 얼마나 무심하게 방치해두었는지를 없어지고야 알게 된다 감정은 늘 급하고 급한 마음은 늘 후회를 남긴다 후회는 늘 늦고 늦고서야 겨우 손톱만큼 사랑을 깨닫는다 나는 이제 덜 우울해서 마음에 드는 문장들도 못 쓰고 울고 싶은 겨울에는 엎드려 울기만 한다 자꾸만 멀어지는 글자 귀퉁이만 만지작거리다가 밤을 새운다 누군가를 믿어 보기엔 나는 의심이 너무 많고 그런다고 기대보기엔 부담이 될까 두렵다 혼자 사는 게 차라리 편할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도 외로움에 취해 쓰러질 것 같은 밤은 괴롭다 너에게 더 큰 의미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울수록 내 마음을 줄이는 연습을 했어 언젠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진 마음이 너.. 2024. 11. 8.
20241027 언제 어떻게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날들을 보내고 있는 요즘, 삶에 대하여 비관적인 생각뿐입니다. 탄생조차 내 뜻대로 원한 일이 아니었는데 죽음 또한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굉장한 충격으로 다가왔던 때가 떠오릅니다. 적어도 둘 중 하나는 뜻대로 할 수 있게 두었어야 공평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합니다. 어떤 두 사람의 결실이 탄생이라는 말로 아름답게 포장되는 일이 때때로 구역질 나기도 합니다. 삶을 소중하게 다루지 않고 이렇게 허투루 써버려서 죄송합니다. 이렇게 제 글을 발견하고 읽고 계신다면 제가 바라던 일이 당신께서는 우려하던 일로 벌어졌을까요? 저는 제가 원하던 일을 이룬 것이니 더 이상 염려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무탈하고 평안한 삶을 지내려 떠났을 뿐이니까요. 큰 보탬이 되지 못해 .. 2024. 10. 27.
20241004 유서 속 당신은 늘 겨울만 찾았다. 하지만 나의 겨울은 그날 당신과 함께 죽었다. 유서 속 당신은 내게 겨울의 순수함을 사랑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나는 그 순수함에 의해 더욱 주악해졌다. 거리에서는 온갖 진혼곡이 두 귀를 틀어막고, 사치스러운 조명이 두 눈을 멀게 했다. 그럼 나는 또 당신의 그림자를 놓친다. 그럼에도 유서 속 당신은 또 입에 겨울을 담았다. 흰 서리를 머금은 문장은 비탄의 단말마로 가득하기만 했다. 당신은 뭐가 그렇게도 보고 싶어서 마지막까지 겨울을 울부짖었을까. 날선 공기와 차가운 바람은 매년 당신의 시간을 난도질만 하고 사라지는데. 그렇게 겨울을 사랑했던 당신은 뭐가 그렇게도 무서워서 계절을 등지고 도망쳤을까. 그런 주제에 뭐가 그렇게도 미련이 남아서 애통을 삼키고 죽으려 할까. 유.. 2024. 10. 17.
20240930 삶의 의지를 무너지게 할 만큼 무더웠던 여름이 있었지만 꼭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할 만큼 찬란했던 여름도 있었다 삶의 의지를 녹아내리게 만들었던 여름이 있었기에 작디 작은 것들 사이로도 우리는 행복을 볼 줄 알게 되었다 그래, 모든 상황을 낭만의 장치로 취급해버리자 그 무더운 여름은 나를 죽이기 위해 찾아온 것이 아니라고 단지 나를 성장하게 만드는 무수한 순간들 중 하나였을 뿐이라고, 그렇게 말이다 너를 닮은 것이라면 나는 늘 곧잘 사랑해 버리곤 했다 가끔은 외로움을 이기지 못 해 가벼운 사랑을 했다 불안정한 것이나 건강하지 못 한 것들에게 쉽게 눈길이 갔다 순간 머물다 떠날 마음을 다정으로 착각해 마음을 베이기가 일쑤였다 네가 없는 여름 동안 나에게는 의미 없는 사랑만이 늘어갔다 여름이 남겨두고 간 것을.. 2024. 9. 30.
20240923 이상하게도 너는 모든 계절에 존재한다. 난 사계마다 여름을 앓고, 지독한 여름 장마가 돌아오면 집 밖으로 나가는 일이 거의 없다. 고요한 밤이면 빗소리가 괜히 더 크게 울려퍼지는 듯 해 괴로워서 불면증은 더 심해지기가 일쑤다. 나는, 너랑 있을 때면 뭐랄까. 손금을 다 풀어헤치고 다시 조합해버리고 싶다는 그런 우스운 생각을 종종 하기도 했다. 너는 봄 같은 사람이지만 이상하게도 먹먹한 여름 같다. 꽃이 잔뜩 하늘에 휘날리고 사랑의 계절이라 불리는 봄이, 마치 늘 행복할 줄만 아는 너와 가장 어울리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네가 먹먹함을 품은 푸른 여름을 닮은 것 같다. 그냥 막연히 그런 생각을 자주 했다. 종종 우리가 스물이었던 그 해의 여름을 떠올릴 때면 그 날은 유독 밤이 길곤 했다. 어젯밤에는 여름이 .. 2024. 9.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