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202432 20240831 장마철이 시작되면 한없이 불안해진다. 하루 온종일 쏟아져내리는 비가, 그냥 나를 그렇게 만든다. 여름이 되면 유독 사랑하는 일이 잦아진다. 그 중에서도 유난히 불안정하고 불완전한 것들을 사랑하곤 했었다. 낯선 것들에게서 쉽게 다정을 얻고, 호기심을 사랑이라 믿고, 외로움을 외면하고, 불안함을 사랑으로 해소하는 나쁜 버릇이 생긴다. 안정적이고 완고한 것들을 사랑하다 보면 나도 언젠가 그렇게 될 거라 믿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안정적인 것을 사랑할 때보다 불안정한 것을 사랑할 때 나는 더 행복했다. 나만 불안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으로부터 받는 위안, 모순적인 위로. 그것이 나를 종종 숨 트이게 했다. 그건 결코 건강하지 않은 사랑이라는 것을 알면서 말이다. 공허함으로 변해버린 것들을 겨우 등지고 살만해진 .. 2024. 9. 15. 20240914 보호되어 있는 글 입니다. 2024. 9. 14. 20240906 십중팔구 오차투성인 삶이다. 세상 속 자아는 거듭 마찰을 일으키느라 분주하고, 사랑조차도 한낮의 꿈처럼 흩어진다. 그 수많은 전쟁을 손에 움켜 쥐고 동틀녘을 바라보던 청년들이 여기에 있다. 모진 말들에도 죽지 않고 아득바득 살아내며, 은둔하듯 연명하는 자들이 여기에 있단 말이다. 편지를 쓰는 마음은 늘 어리석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숨기지 않되, 상대를 무자비하게 난도질해선 안 되니까. 그것이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그리하여 나는 많은 말들을 줄인다. 그런데, 그대가 어엿하게 무르익으려 한다. 외곬 속으로 어린 몸집을 감춘다. 그럼 나는 속으로 기도하고 싶은 욕망을 움켜쥔다. 간사할지도 모를 이 마음이 정녕 당신을 위한다고 할 수 있을까. 그저 우리의 엔딩이 누군가의 아픔을 묵과하는 모습은 아니어.. 2024. 9. 9. 20240826 기다리지 말라해도 기다릴 거야 참을 수 있을 거야 내가 모르는 네 모습이 잔혹하게 튀어나와도 나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것들이 나를 죽여도 너에게 있어 나 또한 그런 존재일 테니까 기다림은 곧 사랑의 미학이니까 서로 상처되는 말만 내질러도 돌아올 거라는 믿음 우리는 공통으로 감정에 취약하다는 동질과 연민 그래 모든 건 다르게만 새겨져 어쩌면 그게 이유였겠지 난 너에게 화난 게 아니라 속상했어 고집 부린 게 아니라 창피했어 미웠다고 했지만 한 번이라도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었어 너 때문에가 아니라 네 눈에 비춰진 내 모습 때문에 자책했어 절망했어 그렇게 죽고 싶었어 말이 많은 아이지만 정작 말해야 할 것들은 죄다 숨기고 있어서 너 혹시 이것마저도 다 알고 있니 조금은 몰랐으면 하는 것들 이상한 말은.. 2024. 8. 26. 20240823 아마, 작년 이맘때 쯤부터 유서를 쓰기 시작했다. 나는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사람이니 나 떠나고 남겨질 나의 여름들에게 천천히 편지를 남겨두자는 마음으로. 유서를 쓰다보면 왠지 모르게 마음이 편해졌다. 남겨질 사람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잠시 오히려 더 죽고 싶어졌다. 외롭다 느껴질 때는 늘 혼자 새벽 산책을 했다. 끊임없이 걷고 또 걸으면서 지나간 후회들에 대한 생각을 하고 계속 울었다. 고요한 적막을 견디기 힘들 때는 시끄러운 마음의 소리들을 정리하기 위해 조용히 글을 썼다. 죽음을 간절히 갈망하는 날이면 꼭 지나간 여름들을 떠올렸다. 나를 사랑했던 모든 것들을 떠올리다 보면 자꾸만 마음이 아쉬워져 삶을 다시 붙잡곤 했고. 모든 것은 떠나기 마련이다. 그 사실은 나 또한 그렇다. 내 곁에 오래 머물.. 2024. 8. 23. 20240821 몇 달간 내가 애인을 얼마만큼 사랑하는지를 적어 남겼다. 그러다 보면 필연적으로, 이제는 애인이 나를 얼마만큼 사랑하는지 같은 게 궁금해질 수 밖에 없다.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러나 마음이란, 유동적인 동시에 일정한 형태 없이 주상적이기 마련이다. 모든 감정이 유일무의하고, 각각의 조도와 명도, 방향과 세기를 지니고 있다. 매일의 바람의 세기와 볕의 강도가 다르듯이, 나는 애인의 마음을 명확히 할 도리가 없었다. 지난 일주일간 나는 애인의 마음을 유추해보려 애썼다. 아랫배 부근에서 일정한 온도로 몸을 데우는 허기가 자꾸만 나로 하여금 사랑 근처를 배회하게 만들었다. 애인의 마음을 조금 더 명백히 밝힐 수 있다면, 그럴 수만 있다면, 이 허기와 갈증을 얼마간 해소할 수 있을 것도 같았다. 한편으론 모든 시.. 2024. 8. 21. 이전 1 2 3 4 5 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