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작년 이맘때 쯤부터 유서를 쓰기 시작했다. 나는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사람이니 나 떠나고 남겨질 나의 여름들에게 천천히 편지를 남겨두자는 마음으로. 유서를 쓰다보면 왠지 모르게 마음이 편해졌다. 남겨질 사람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잠시 오히려 더 죽고 싶어졌다. 외롭다 느껴질 때는 늘 혼자 새벽 산책을 했다. 끊임없이 걷고 또 걸으면서 지나간 후회들에 대한 생각을 하고 계속 울었다. 고요한 적막을 견디기 힘들 때는 시끄러운 마음의 소리들을 정리하기 위해 조용히 글을 썼다. 죽음을 간절히 갈망하는 날이면 꼭 지나간 여름들을 떠올렸다. 나를 사랑했던 모든 것들을 떠올리다 보면 자꾸만 마음이 아쉬워져 삶을 다시 붙잡곤 했고.
모든 것은 떠나기 마련이다. 그 사실은 나 또한 그렇다. 내 곁에 오래 머물지도 않을 것들을 곧잘 사랑하다 보니 어느새 내 마음 한 구석에는 여름이 줄줄이 줄을 서있곤 했다. 하지만 이제 와 다시 잘 생각해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그것들이 정말 여름을 닮았었나? 30도를 넘어 순간마다 바싹바싹 치솟는 더위를 여름이라 부르는 건 당연하지만, 나는 그냥 한겨울에 느낀 겨우 5도 쯤을 여름이라 느낀 건 아니었을지. 그냥 사는 게 고달파 가벼운 마음을 애써 여름이자 사랑이라 여긴 건 아니었을지. 어쩌면 사랑 받기 위한 마음에서 파생된 내 모순은 아니었을런지. 그런 생각을 하다 보면 내 안에는 더 이상 여름이 남아있질 않다. 따지고 따지다 보면 남는 여름이 없다.
diary/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