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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parting24

잘 가라고는 못하지만 새벽의 공기와 같았다. 가끔 새벽의 공기 마시는 것을 즐겼다. 창문을 열고 고개를 반쯤 빼꼼 내민 채로 스읍하고 들이마시면 우울한 새벽의 시원함이 폐를 찌른다. 네가 그런 얼굴을 하고 내 앞에 마주하고 있다. 투박한 손으로 마른 세수를 하며 내 눈을 마주하지 못하고 있는 네 모습이 새벽의 공기 같다. 그 와중에 네 얼굴을 어루만지며 입 맞추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건 미쳐도 단단히 미친 걸까. 일자로 굳게 다문 입술은 좀처럼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가만히 앉아서 스스로 파멸하기를 기다리는 것이 답일까. 꾹 다문 일자 입은 도통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무언가 말을 하려다가도 이내 힘주어 입술을 꾹 깨물고 단단한 시선으로 바라볼 뿐이었다. 몇 년을 봐도 알 수가 없었다. 도대체 왜 그렇게.. 2024. 11. 28.
우리 또 사랑하지는 말기로 하자 보호되어 있는 글 입니다. 2024. 11. 17.
이별의 정의 마지막으로 바라건대, 더 이상의 어리석은 이별은 없기를. 지난 날의 나는 헤어짐에 있어서 회환이 없는 인간이라 자부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 내 전신을 가득 채우는 이 공활한 감각은 그 믿음의 반증이었다. 너는 늘 내 무릎에서 소실되고, 나는 늘 네 복사뼈 근처에서 운다. 너는 붉어진 내 가슴께까지 오지 못하고 나는 울음을 참지 못한다. 사랑이라면 지긋지긋하니까. 이건 이별이라고 한다. 나는 무참히 끊어진 인연의 앞에서도 미련하기 그지없어 목만 메었다. 그리고 어수룩했던 착각으로 점철된 추억들은 마침내 왈칵 일그러졌다. 이미 몇 번이고 구겨진 기억에 짙게 남은 자국을 보면서, 우리의 관계는 이제 정말 회생이 불가함을 자각했다. 맺음과 끊음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공존하는구나. 이제 와서 애정을 외친다고.. 2024. 10. 30.
마지막 인사 보호되어 있는 글 입니다. 2024. 10. 19.
과거를 과거로 남겨두는 일 보호되어 있는 글 입니다. 2024. 8. 26.
스친 바람처럼 삼류소설에나 나올 법한, 그런 보잘것없는 사랑이었어요. 그는 나의 존재도 모르는데도 오직 나만 그를 열성적으로 좋아했던, 그런 사랑 말이에요. 그의 그림자는 늘 길었어요. 그래서 멀리서도 그의 흔적을 좇는 건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어요. 근데 나는 매번 지켜보는 것밖에 하지 못해서, 그래서 나는 그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녹빛의 잔디마저 질투했어요. 그 형상은 결코 내가 쥘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말이에요. 그러나 현실에는 그의 궤적만을 집착적으로 붙잡는 나만이 홀로 존재할 뿐이었죠. 모든 사정거리의 밖에서. 나를 스친 바람이 부디 그에게도 스쳐주기를 내심 바라면서. 그리고 그가 스친 바람의 궤도를 좇다가 마침내 나의 존재도 발견하기를 바라면서. 그렇게 아무런 접점이 없는 우리가 이렇게나마 이.. 2024. 8.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