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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love31

사랑 그 이상 구원 너는 나에게 항상 우정, 넘어서 사랑, 그 이상이다. 너는 나의 구원이다. 오랜 시간 변하지도 않고 함께했구나. 내가 아는 너와 나는 사소한 순간, 날짜, 물건들에도 의미를 두던 따뜻한 사람이었는데, 언제 이렇게 세상에 치여서 식어 버렸을까. 무한한 사랑을 주고 싶고, 받고 싶어도 가까이에 없으나, 가끔 묻는 안부전화에 눈물을 쏟을 만큼 우린 서로가 필요하지만, 내가 힘든 순간에 너도 힘들 걸 알기에 선뜻 전화걸지 못하는 걸 안다. 너에게만 쏟아내고 싶은 말이 많지만, 그 많고 많은 말들을 줄여서 나 잘하고 있지? 하는 질문 하나와 응, 잘하고 있어 하는 대답 하나로 놓고 싶었던 희망을 다시 또 부여잡는다. 너의 말만큼은 나에게 유효하지. 그 어떤 말들이 공허하게 들려도, 너의 대답 하나하나 전부 가득 .. 2024. 11. 8.
존재가 빛인 사람 사랑해라는 말보다 나도라는 말이 더 쉬웠던 사람. 미안하다는 말을 못 해 죄 없는 손톱을 물어뜯었던 사람. 온통 무심함이 가득한 채 나를 많이 사랑하던 사람. 그럴 수도 있지, 그럴 수도 있지 내내 중얼거렸던 사람. 나는 그에게 자연스레 시선이 갔다. 그를 보면 살아졌다. 그는 얘기했다. 오늘이 오늘이라 좋다. 오늘의 너를 볼 수 있어 좋다. 오늘의 네가 여기 있어 좋다. 그의 말은 특별했다. 그였기에 소중했다. 그가 한 말이라, 다른 누구도 아닌 오직 그라서. 나는 종종 봄날에 피었다. 푸른 청춘이었고, 남들은 나에게 한창 좋을 나이라는 말을 많이 했지만 틈만 나면 나는 꺾였다. 삶이 무서웠고 주어진 생이 어렵다는 기분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자주 목소리를 숨겼고 말을 하지 않았는데, 이상하게도 그를 .. 2024. 11. 6.
내가 순응한 사랑 나는 사랑 앞에서 자주 넘어지는 애였다. 사랑은 얼마간 2인 3각 경기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어서, 어깨에 팔을 두른 사람과 발을 맞춰 적당히 적당한 속도로 나아가야만 발이 꼬이질 않는데, 그 사실을 자꾸만 잊어버렸다. 사랑 앞에 넘어진 나는 생각한다. 결승점도 등수도 없는 달리기에선 빨리 달리는 게 아니라 오래 달리는 게 중요하다고. 다시 일어난 나는 말한다. 당신과 좀 더 나란히 달리고 싶다. 당신은 내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 본다. 지나고 나서야 쓰린 걸 알아차린 까진 무릎은 놔두면 조만간 나을 것이다. 이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니야. 나는 생각한다. 당신의 불안이 꿈속까지 따라가 많은 것을 뒤흔들어 놓는 날. 그때마다 나는 마음을 다잡는다. 어디서부터 당신을 다독여야 하는지와 어떻게 다독일지 방법을.. 2024. 11. 1.
우산 없는 척 할게 얼마 전에 갑자기 비가 마구 쏟아지던 날, 그때 당신이 우산 들고 데리러 왔었잖아. 사실, 나 그때 우산 있었다. 나는 뭐든 준비해놓는 성격 탓에 늘 작은 우산까지 챙겨다니는데, 그날은 우산 없으면 데리러 온다는 당신 한마디에 괜히 덜렁거리다 빼먹은 사람처럼 굴고 싶더라. 그래서 급히 우산을 사야한다고 하는 친구에게 주고 먼저 보냈어. 어차피 나는 당신이 데리러 오고 있다고. 그리고는 가만히 기다리는데, 저 멀리 우산을 쓰고 걸음을 재촉하는 당신을 보니 너무 행복한 거 있지. 그렇게 조금씩 가까워지고, 가까워질수록 선명해지던 당신 얼굴. 아마 그때였을 거야. 당신과의 연애뿐만이 아닌 결혼까지 꿈꾸게 된 게. 단지 우산을 가져다줘서가 아니야. 늦은 밤 나를 데리러 와준 고마움 때문도 아니고. 그냥, 우산을.. 2024. 10. 31.
참사랑 사랑해, 한 마디뿐이었다. 다정한 말들을 더 갖다 붙이지도 않았고, 너를 바라보는 시선을 딱히 달리한 것도 아니었다. 물론 내가 뱉은 한 마디의 크기가 절대 작은 건 아니었지. 그래도 이렇게 놀랄 일인가? 사랑한다고 말해 주지 않아도 나는 너를 사랑하고 있는데 말이다. 말 한마디에 웃으며 우는 너를 보니 사랑한다는 말을 다섯 번은 더 해주고 싶었다. 아니, 열 번, 스무 번이라도 더. 그렇지만 오늘은 딱 한 번만 해줄래. 네가 가능한 천천히 이 말에 적응했으면 좋겠다. 내가 매일 너를 보면서 몇 번이고 사랑한다는 말을 해주고 싶도록. 참사랑인 너에게 내 사랑 얘기를 들려줄게. 있잖아, 모든 건 잊히는 것들이잖아. 그 안에서 넌 유일하게 잊으려야 잊을 수가 없는 사람인 것 같아. 물론 소중한 것들을 잊지 .. 2024. 10. 28.
결국 또 사랑 언제 또 새로운 사람을 만나서 알아가고, 가까워지고, 사랑에 빠지고, 맞춰가고, 지지고 볶다가, 이별까지 하지? 그런 생각을 하면 삶이 지나치게 길었다. 그럭저럭 버틸만했던 일상들이 갑자기 열을 받아 늘어진 테이프처럼 축 처져 미지근한 소릴 내는 거다. 가뜩이나 지겨운 삶이 기한도 없이 늘어나 영영 나의 메마른 감정을 고문할 것만 같았다. 사랑 없는 삶을 살고 있지만, 사랑 없는 삶이라니. 하고 되뇌면 갑자기 삶을 대하는 태도가 생소해진다. 사랑했던 기억을 끄집어낸다. 다시 누군가를 그렇게 사랑할 수 있을까 고민한다. 음, 이젠 그것마저도 생소하다. 영 까마득하니 자신이 없는 거다. 과도기란 그런 법이다. 과거에도 현재에도 온전히 머무를 수가 없다. 그래서 괴로운 거지. 기약 없는 미래를 기약해야 하므로.. 2024. 10.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