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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2024

20240906

by 순애_ 2024. 9. 9.

십중팔구 오차투성인 삶이다. 세상 속 자아는 거듭 마찰을 일으키느라 분주하고, 사랑조차도 한낮의 꿈처럼 흩어진다. 그 수많은 전쟁을 손에 움켜 쥐고 동틀녘을 바라보던 청년들이 여기에 있다. 모진 말들에도 죽지 않고 아득바득 살아내며, 은둔하듯 연명하는 자들이 여기에 있단 말이다.

편지를 쓰는 마음은 늘 어리석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숨기지 않되, 상대를 무자비하게 난도질해선 안 되니까. 그것이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그리하여 나는 많은 말들을 줄인다. 그런데, 그대가 어엿하게 무르익으려 한다. 외곬 속으로 어린 몸집을 감춘다. 그럼 나는 속으로 기도하고 싶은 욕망을 움켜쥔다. 간사할지도 모를 이 마음이 정녕 당신을 위한다고 할 수 있을까.

그저 우리의 엔딩이 누군가의 아픔을 묵과하는 모습은 아니어야 한다. 껍데기 속 헐벗은 미성숙들이 의도치 않은 핏물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우린 끈질기게도 정붙여 시 쓸 힘이 남아있을 것이다. 우리는 낱낱의 빗방울이 살갗에 스쳐도 살 수 있다. 팍팍하고 황량한 이 도시 속에서 활자를 쓰듯 이룰 수 없는 것들을 열망하는 일이란 어리석기 전에 보배로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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