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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2024

20240831

by 순애_ 2024. 9. 15.

장마철이 시작되면 한없이 불안해진다. 하루 온종일 쏟아져내리는 비가, 그냥 나를 그렇게 만든다. 여름이 되면 유독 사랑하는 일이 잦아진다. 그 중에서도 유난히 불안정하고 불완전한 것들을 사랑하곤 했었다. 낯선 것들에게서 쉽게 다정을 얻고, 호기심을 사랑이라 믿고, 외로움을 외면하고, 불안함을 사랑으로 해소하는 나쁜 버릇이 생긴다. 안정적이고 완고한 것들을 사랑하다 보면 나도 언젠가 그렇게 될 거라 믿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안정적인 것을 사랑할 때보다 불안정한 것을 사랑할 때 나는 더 행복했다. 나만 불안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으로부터 받는 위안, 모순적인 위로. 그것이 나를 종종 숨 트이게 했다. 그건 결코 건강하지 않은 사랑이라는 것을 알면서 말이다.

공허함으로 변해버린 것들을 겨우 등지고 살만해진 요즘. 이상하리만큼 그때가 종종 바람처럼 불어와 울컥할 때가 있다. 사랑을 구원이라 믿었던 순간은 한없이 무너지고, 마음에 사람 하나 쉬이 들이지 못했던 날들. 현관문 밖으로 한 걸음 내딛는 것조차 내키지 않는 일로 만들어버린 이별 후유증. 익숙한 번호가 절대 뜰 일 없는 전화기를 종일 내려놓지 못하던 손. 괜찮냐는 말로 시작하던 모든 지인의 안부. 억지로 잠을 청하려 누웠다가 펜 하나 없이도 천장에 그려지던 조각난 기억들. 결국 자갈 위를 맨발로 걷듯 괴로워도 꾸역꾸역 버텨야만 했던 나의 새벽.

왜 이토록 부서진 청춘이 자꾸 나를 따라다닐까. 마치 내가, 그때의 우리가 여전히 뭐라도 되는 것처럼. 몇 번의 계절을 돌고 돌아야 온전한 나를 찾을 수 있을까. 여전히 나는 누군가를 사랑이라 칭하고, 그가 아닌 누구에게도 마음 한켠을 내어주지 못 한다. 그 사람 없이도 잘만 넘어가는 달력. 변함없는 매일 아침의 소음. 시끌 벅적한 길거리. 서로를 향해 웃음 짓는 사람들. 그 속에서 나만 혼자 어느 한순간에 묶여 벗어나지 못하는 날들. 이제 나도 그 사람의 안위보다 나의 무탈함이 먼저이고 싶다. 그게 이리도 어려운 일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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