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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2024

20240826

by 순애_ 2024. 8. 26.

기다리지 말라해도 기다릴 거야 참을 수 있을 거야 내가 모르는 네 모습이 잔혹하게 튀어나와도 나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것들이 나를 죽여도 너에게 있어 나 또한 그런 존재일 테니까 기다림은 곧 사랑의 미학이니까 서로 상처되는 말만 내질러도 돌아올 거라는 믿음 우리는 공통으로 감정에 취약하다는 동질과 연민 그래 모든 건 다르게만 새겨져 어쩌면 그게 이유였겠지

난 너에게 화난 게 아니라 속상했어 고집 부린 게 아니라 창피했어 미웠다고 했지만 한 번이라도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었어 너 때문에가 아니라 네 눈에 비춰진 내 모습 때문에 자책했어 절망했어 그렇게 죽고 싶었어 말이 많은 아이지만 정작 말해야 할 것들은 죄다 숨기고 있어서 너 혹시 이것마저도 다 알고 있니 조금은 몰랐으면 하는 것들

이상한 말은 듣지 마 험한 말을 듣는다면 한 귀로 흘려 우린 한 번도 진심을 말하지 않잖아 바라는 것과는 반대로 고개 돌리잖아 그럼에도 알고 있으니까 서로가 뭘 원하는지 무엇에 목매는지 그 독기로 뭐든 견디는 거야 아파도 애정으로 행복해지는 순간을 떠올리면 돼 그 찰나가 일 분도 채 안된다해도 말이야

늘 한걸음 급했고 가끔은 한 발 느렸다고 그래서 타이밍이 맞지 않았다고 단정 지으면 이 사랑도 식상해져버릴까 죽도록 미안해서 그래 그러니까 이렇게 말해볼게 네가 언젠간 기억나지 않는 날에 돌아와서 우리가 했던 사랑을 묻는다면 타이밍이 안 맞아서 끝났단 말 대신 영원토록 끝과 끝에서 기다리려 애썼던 유일한 사랑이었다고 말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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