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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2024

20240821

by 순애_ 2024. 8. 21.

몇 달간 내가 애인을 얼마만큼 사랑하는지를 적어 남겼다. 그러다 보면 필연적으로, 이제는 애인이 나를 얼마만큼 사랑하는지 같은 게 궁금해질 수 밖에 없다.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러나 마음이란, 유동적인 동시에 일정한 형태 없이 주상적이기 마련이다. 모든 감정이 유일무의하고, 각각의 조도와 명도, 방향과 세기를 지니고 있다. 매일의 바람의 세기와 볕의 강도가 다르듯이, 나는 애인의 마음을 명확히 할 도리가 없었다. 지난 일주일간 나는 애인의 마음을 유추해보려 애썼다. 아랫배 부근에서 일정한 온도로 몸을 데우는 허기가 자꾸만 나로 하여금 사랑 근처를 배회하게 만들었다. 애인의 마음을 조금 더 명백히 밝힐 수 있다면, 그럴 수만 있다면, 이 허기와 갈증을 얼마간 해소할 수 있을 것도 같았다. 한편으론 모든 시작하는 연인이 한 번식 겪고 지나가는 계절을 유난스레 보내고 있단 생각을 하기는 했다.

예민한 감각을 타고난 인간이라, 태생적으로 상대의 감정에 기민했다. 가끔은 감정선이랄 게 눈에 보일 만큼 선연하기도 하였다. 상대가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그 정도가 더했다. 사랑에 빠진 순간 내 세계의 대부분을 그쪽으로 돌려놓기 때문에, 알고 싶지 않아도 자연히 알게 되는 게 많았다. 이것 또한 필연. 나는 도출된 결과로부터 원인을 유추해 내는 일을 좋아한다. 불현듯 떠오른 꿈의 한 장면을 거꾸로 복기해 끝내 최초의 시점을 알아내 고야 마는 것처럼, 나는 애인의 태도나 말투, 표정으로부터 그의 마음을 눈치 채려 매 순간 골몰했다. 그러면 우리는 자주 사랑이었다가, 가끔씩만 그 변두리에 걸쳤다. 골몰하면 할수록 나를 향한 애인의 사랑도 점차 선명해졌다.

애인은 나의 기민한 성정을 많이 신경 쓴다. 가끔 무심하게 던지는 말 한마디에 혹시 내가 서운할까 봐 발을 동동 구른다. 그러므로 애인의 많은 행동엔 배려가 수반된다. 애인이 나를 사랑한다는 명제가 참으로 증명된다면 그땐, 수반할 수 밖에 없다'겠지. 잠은 잘 잤는지, 밥은 뭘 먹었는지 궁금해하려는 태도나, 좀 더 다정하게 말 하려는 노력, 내 글 속의 세계를 질투하는 것도 분명 애정에 뿌리를 두고 있을 거였다. 애인은 내가 '우리'를 위해 하는 노력을 나만큼이나 눈여겨보고 있다. 그러다가 한 번씩, 사랑해. 노력해 줘서 고마워. 애기 참 멋져. 하고 넌지시 표현하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또, 나는 애기처럼 다채롭게 사랑을 표현하지 못해서 아쉽네. 같은 말을 덧붙이기도 했다. 이 모든 애정을 하나로 꿰어 설명할 수 있는 건 오직 사랑뿐일 거라고, 나는 믿는다. 사랑이 아니고선 이 수많은 애정의 면면을 하나로 엮어 설명할 방도가 없다. 애인이 나를 사랑하고 있음이 명백해진 밤, 나는 그 사랑이 감사하고 벅차서 남몰래 좀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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