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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202432

20240816 이뤄질 수 없는 소원이 있었다. 삶의 주체가 되고자 했던 나는 감히 세상의 흐름도 손아귀에 쥐고 싶어 했다. 그렇게 나는 삶이라는 게 내 뜻대로 살아질 수 있는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어릴 적 꾸었던 꿈이 무색해지게도, 어른이 된 내가 마주한 것은 낭만의 죽음. 삶은 의지를 잃었을 때 비로소 무너진다. 한 번 되살아난 무기력은 도저히 걷잡을 수가 없어서. 그것들은 세포가 분열하듯 순식간에 삶을 집어삼키는 존재. 어쩌면 나태에 잠식된 삶은 혼란과 쾌락으로 가득한 하나의 미궁 같은 것. 나는 지금 그곳에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벗어날 수가 없는, 그런 곳. 온갖 거짓과 합리로 점철된 그곳에 있다. 이곳은 자칫하면 나도 모르게 아늑해져서 끝내 온몸을 전부 던지게 되는, 그런 곳. 사라진다는 것은 뭘까. 내가.. 2024. 8. 16.
20240806 그간의 연애를 되돌아보면 좀 건강하질 못했다. 그건 내가 가지고 있는 연애관의 문제였다. 그러니까 애초에 근본부터 조금 어긋나있던 것이다. 나는 서로의 생에 깊이 관여하는 연애, 서로에게 서로의 생을 얼마간 위탁하고서 자아의 일부분을 잘라내 서로의 안에 구겨 넣는 연애를 해왔다. 누군가 내게 의지하고, 내가 없으면 곧 죽어버릴 것 같단 말을 들으면서 나의 쓸모를 실감했다. 쓸모의 실감. 내 연애는 오직 나의 쓸모를 확인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다. 그러므로 건강할 수도 없는 것이다. 사실은 이런 자각도 없었다. 애인을 만나기 전까지는. 꿈에서 깨어난 뒤에야 비로소 그것이 꿈인 것을 알아채는 것처럼, 나는 애인을 만나고 나서야 그간 해온 연애가 조금 잘못된 방향성을 가지고 있었단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무.. 2024. 8. 6.
20240712 누군가를 진심으로 좋아하게 되면, 나 또한 그 사람에게 더 좋은 사람이 되고만 싶어진다. 진종일 그 사람이 나를 찾아주기만을 오매불망 기다리게 되는 것과 동시에, 내게 주어진 하루를 더 열심히 살며 보다 멋진 사람이 되고자 힘껏 노력하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이는 비단 억지스러움과는 꽤 먼 거리가 있는 일이다. 골머리를 앓을 만큼 애쓰지 않더라도, 몹시 자연스럽게 두루 생각하고 또 행동하게 되는 법이니까. 아무도 시키지 않았고 등 떠밀지 않았지만, 평소였다면 시도조차 하지 않았을 일 앞에 무척이나 도전적이고 상기된 모습으로 임하게 된다. 그 사람에게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닿을 수 있다면, 그 사람에게 나의 장점이라며 꺼내놓을 수 있는 것을 하나라도 더 얹을 수만 있다면, 세상에 못 할 것이 없는 사람이 .. 2024. 7. 31.
20240109 내가 살아온 처절하게 혼자였던 제2의 삶엔 허점이 가득하다. 각박한 사회 경쟁에 내놓을 무기가 되지 못한다. 다크호스라기엔, 너무나 진부한 우울한 사람의 피곤한 인생 이야기이다. 그래서 더 철저히 숨겨야 하는 약점이 되었고, 난 그 약점을 강점으로 바꿀 능력도, 힘도 없다. 나의 발악은 어느 누구한테도 들리지 않아 처참히 패배하고, 돌아오는 건 실망감에 내뱉은 한숨에 대한 질타였다. 매일같이 하는 사색적인 고민인 사랑이란 뭘까, 행복할 수 있을까, 따윈 한없이 지겨웠고, 아름다운 구속, 속박, 뭐 그런 걸 이름으로 날 짓누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런 발칙한 장난질 같은 생각은 참 질리게 만든다. 불행하게 사는 내가 불쌍하다는 누군가의 말에 난 행복하다고 말하지만, 사실 내 행복의 다른 이름은 불.. 2024. 7. 28.
20240620 보호되어 있는 글 입니다. 2024. 7. 26.
20240725 나를 완전히 망가지게 두지 않는 사람 하나 덕에 살아낸다. 발을 헛디뎌 하염없이 낙하하는 나를 단번에 건져 올리는 사람. 쏟아내지 못해 사방으로 부풀어 오른 내 이야기를 애써 들어주는 사람. 돈 십 원 한 푼 받지 않고도 내 푸념을 귀담는 사람. 내가 줄 수 있는 건 고작 가난한 애 정뿐이지만, 나는 그들에게서 사라지지 않을 행복과 과장 조금 보태어 새 것의 삶을 얻어낸다. 그러는 나는 괜한 농담 같은 말씩이나 툭툭 건네며, 벅차오른 감사를 가벼운 척 깊숙이 전한다. 삶이란 본디 꽤 쓸쓸한 것이기에 그 고독의 영향권 속에 정통으로 속해버린 사람은 필사적으로 애정할 존재를 만들며 살아간다.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필수적 수단으로써. 무언가를 마음 다해 사랑하지 않고서는 쉽게 다리가 후들거려 주저앉기 일쑤이기.. 2024. 7.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