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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202432

20240414 보호되어 있는 글 입니다. 2024. 5. 9.
20240502 어둠이 짙게 깔렸어도 정신없는 세상이다. 갈 곳을 잃고 방황하는 발걸음이 오늘따라 더욱 애처롭다. 뿌옇게 흐려지는 시야마저 애처롭게 만든다. 힐끗힐끗 쳐다보는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꿋꿋하게 걷는다. 좁은 골목 틈 사이로 들어가 말라비틀어진 자국을 슥슥 닦아본다. 코 끝이 새빨갛게 물들어 가는 모양새가 퍽 웃기다. 그래도 다행인 건 새카만 판다 꼴은 면했으니까 최고로 웃길 뻔한 모양새는 면했다. 자국을 닦아내다 말고 스멀스멀 떠오르는 생각에 스멀스멀 또다시 웃겨지려 한다. 입술을 일 자로 꾹 다물고 고개를 하늘로 쳐들었다. 이러면 나오려다가도 도로 쏙 들어간다던데, 믿거나 말거나 하는 말 따위라고 궁시렁거리면서도 곧잘 따라 해본다. 고개를 쳐들자 들어가기는커녕 오히려 양옆으로 줄줄 샌다. 그럼 그렇지,.. 2024. 5. 2.
20240421 내 얘기를 털어놓으려고 마음먹은 게 정말 오랜만이다. 사랑받지 못해서 생긴 결핍도, 내가 정말 가진 게 아무것도 없어서 힘든 게 아닌 걸 너무나도 잘 안다. 그저 너무 애쓴 마음 때문에 채워지지 않는 내 속이 공허한 것이다. 난 사랑을 많이 주는 사람이니까, 사람들은 언제까지나 내가 이 자리에 있으면서 반겨줄 거라고 굳게 믿고 있나 보다. 근데, 사실 아쉬운 쪽도 나라서 떠나지 못하고 내가 머물고 있는 게 맞다. 나는 우정, 위로, 응원 그 모든 관심을 사랑으로 여기는데 내가 너무 거창하게 사랑이라고 이름 붙이며 살았나. 사람들은 나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다. 내가 웃고, 내가 별일 없다고 말하면 더 이상 나에 대해 궁금해하지 않는다. 나의 하루가 어땠는지, 어떤 마음으로 하루를 보내고 있는지. 힘들면 .. 2024. 4. 21.
20240308 계획에 없던 낮잠을 자고 일어나 보니 잊어버린 것이 수두룩하다. 사야 할 식재료들, 읽어야 할 책들, 만나야 할 사람들, 엄마에게 걸려던 전화. 부랴부랴 몸을 일으키고 밖으로 나왔다. 커피를 마시며 창밖 거리의 분주한 사람들을 보니 잊었던 사람들이 수북하다. 연락 한 통 안 하게 된 친했던 친구, 한동안 참 많이 사랑했던 그 사람, 안부들로 뒤덮은 채로 보지 않았던 지인들, 한 번쯤은 만나고 싶던 누군가. 삶에 치여 누군가를 잊어간다는 건 참 슬픈 일이다. 한숨이 나왔다. 누군가는 나를 잊어가겠구나. 아니, 어떤 이는 벌써 나를 잊었을지도 모른다. 갑자기 씁쓸해졌다. 누군가를 잊고, 누군가에게 잊힌다는 것. 오늘은 다른 날보다 퍽 외로운 밤이겠다. 보고 싶은 이름 하나둘씩 적어보면 꼭 한편엔 그의 이름이.. 2024. 4. 14.
20240211 괜찮은 것들은 다 죽었고 제일 불쌍한 나만 살았다. 가장 죽고 싶던 나는 질긴 목숨을 붙들고 겨울을 살아남았다. 마음에 드는 것들은 모두 죽었고 나만 겨울을 살아남아 또 여기 있다. 이별 앞에선 어제의 나보다 조금 더 나은 사람으로 마주하길 바랐는데 늘 더디고 연약한 모습은 여전하다. 아픔에 성장하질 못해서 섭섭함에 어쩔 줄 모르는 어린아이같이 모든 불안함 앞에선 자꾸만 한없이 작아진다. 내일이면 그때와 다를 바 없이 또 새벽의 우울함들에 한없이 파묻히겠지. 깊숙이 들어가 날 찾지도 못한다면 더 좋겠다. 꼬일 대로 꼬여버린 것 같아 다시 우울해졌다. 공허한 감정들만이 남아 공간을 가득 채운다. 지겨운 나날의 반복에 점점 지쳐간다. 난 잘하는 게 뭔지 좋아하는 게 뭔지도 모르겠고, 그렇다고 노력하는 사람도.. 2024. 4. 7.
20240123 과거를 들추고 곱씹어 본다. 과거에 사로잡혀 있으면 어때. 과거에 발목 잡혀 있으면 좀 어때.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면 나는 어떡하라고. 하아, 깊은 한숨 소리에 등이 쪼그라든다. 서늘한 시선에 흘러나오던 눈물이 도로 들어간다. 감정에 호소하는 나를 이해 못하겠다는 듯이 눈을 감아버린다. 됐다, 그만 얘기하자. 시작조차 하지 않았는데 멋대로 끝을 내버린다. 차게 식은 손가락 끝을 감싸 쥔다. 덜덜 떨려오는 몸을 더 작게 웅크리고 무릎을 끌어안았다. 시야에 들어오는 꼬물거리는 발가락 끝을 바라보다 둥글게 말아 쥐었다. 들려오는 한숨 소리가 마음에 쌓여 무거워진다. 등을 크게 부풀리며 숨을 내뱉어 보아도 마음의 돌덩이들은 해소되지 않는다. 주먹을 쥐고 가슴을 턱턱 두드려도 보지만 여전.. 2024. 4.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