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을 내리 앓았습니다. 밤인지 낮인지도 모르고 침대에 누워 불덩이같은 몸을 연신 떨었습니다. 겨우 잠들면 꿈에서는 구원이란 이름으로 나를 사랑하려던 그리운 인간들이 나와 나를 괴롭혔습니다. 앓고 나니 그렇게 좋아하던 겨울도 벌써 끝나가나 봅니다. 이제 그리운 인간들도 더는 꿈에 오지 않을 겁니다. 겨울은 끝나고 호되게 앓던 독감도 이제 다 나았으니까요.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저는 당신이 없어 죽을 것 같이 힘들었던 나날들이 이젠 무뎌져 더는 아프지 않게 됐습니다. 내게 밥을 먹었냐고 물어봐줄 사람도, 내가 아플 때 툴툴거리며 걱정 해줄 사람도, 나를 맑고 투명한 눈에 예쁘게 담아줄 사람도, 더는 없게 되었다는 게, 조금 씁쓸할 뿐입니다. 어찌보면 누구에게나 받을 수 있는 것들이지만, 당신이 해줬기에 특별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때론 사랑이란 말이 어려워서 꼬깃꼬깃 쪽지에 좋아해, 마음을 적어 수줍게 건네기도 했습니다. 덥석 손을 잡아 버리기도 했고 긴 눈 맞춤과 잠깐의 입맞춤으로 사랑해, 말을 대신하기도 했고요. 때론 말보다 행동이 앞서 나갈 때가 있었습니다. 말이 마음보다 무거워서인지 그 말이 어려워서 오래 당신 곁에 있었고, 그게 나는 사랑이었습니다.
몇 밤을 더 흘려보내야 괜찮아질까, 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저는 당신 이름 앞에서 머뭇거리지 않는 사람이 됐습니다. 우연을 가장해 마주치고 싶어 툭하면 당신의 동네를 찾던 일도, 고작 점심 한 끼에 굳이 당신이 좋아하는 음식만 찾아 먹다 미련하게 울던 일도, 내게는 아주 먼 기억이 되었고요. 늘 당신이 담겨 무거웠던 술잔은 날이 갈수록 점점 가벼워집니다.
영영 당신을 사랑할 수 있을 거라 믿었던 마음이, 또다시 영영 누구도 사랑하지 못할 거란 마음으로 변해 오랜 시간 괴로웠던 날들. 이제 나를 울리는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래도 다른 것보다 이거 하나는 자신있게 얘기할 수 있습니다. 당신만이 날 그 투명한 눈에 예쁘게 담아줄 수 있었습니다. 당신 눈에 비친 내 모습이 가장 아름다웠다고 얘기할 수 있습니다. 당신 눈에 비친 내 모습이 당신 눈에도 아름다웠길 바랍니다. 많은 사람들이 스쳐지나가도 결국 내가 가장 생각이 났다고 말해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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