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글이 잘 안 써진다. 내가 왜 무얼 위해 글을 써야 할지 모르겠고, 내 모든 글의 주인은 너였는데, 머릿속엔 네가 가득했는데, 이제는 네가 없어서 모든 게 내 잘못 같다. 예전과 똑같은 방법으로 난 또 소중한 사람이 사라졌고, 바보같이 난 또 예전처럼 아무것도 못 하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 나를 미워한다. 내가 지금이라도 사과를 하면 받아줄까 하지만, 넌 나에게 맘이 떠났고, 어쩌면 넌 날 싫어할 수도 있다. 누가 말했다. 연락이 끊긴 사람에게 연락하려면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다고 하지만, 난 가까운 사이였으면 더 거절당할 용기가 안 난다. 다정한 사람이 차가워지는 것보다 무서운 게 뭐가 있을까.
예전에 우울할 때의 나를 좋아했다. 그때의 나는 문장들을 더 오래 많이 쓸 수가 있었으니까. 그때의 내 말투나 행동 같은 건 잘 기억이 안 나는데, "나는 너처럼 우울한 사람을 본 적이 없다" 라던 너의 그 말만은 선명하게 기억이 난다. 너는 내게 웃으면서 슬픈 말을 곧잘 한다고 했었는데, 생각해 보면 나는 그때 숨을 쉬는 것들을 사랑하고 싶지가 않았다. 그저 내가 어떤 흔적도 없이 조용하게 소멸하길 원했다. 그러니까 그런 내가 그때 너를 사랑하겠다고 마음먹은 건 엄청난 결정이었다는 걸 넌 알았어야 했다. 어쩌면 네가 우울에 잠식한 나를 밖으로 꺼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이제 예전의 나만큼 슬프지도 문장을 오래 많이 쓸 수도 없다.
난 오늘도 너에게 하고 싶은 말이 너무나도 많은데, 지난 한 달 동안 너는 괜찮았냐고, 나 없이 잘 지냈냐고, 힘들진 않았냐고, 밥은 잘 먹고 다니냐고, 그렇게 물어볼게 많은데, 난 겁쟁이라서 용기가 나지 않는다. 혹시나 연락을 했다가 나중에 네가 우리를 떠올렸을 때 안 좋게 기억될까 봐. 두려움에 도저히 네 전화번호를 누를 수가 없다. 난 너에게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어서. 가끔씩 친구를 통해 네 소식을 듣는 것도, 멀리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좋아서. 내가 보고 싶을 때면 언제든지 다시 돌아와야 해. 난 조용히 여기에 계속 있을게. 언제든지 다시 와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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