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하루 곁을 걸어도 어째서 자꾸만 생각이 나요. 그럼으로 저는 당신이 보고 싶습니다. 그냥, 그냥 말하고 싶었어요. 인정하게 됐다고요. 이만큼이나 그리웠다고요. 여전히 가까이, 기꺼이 사랑한다고요. 한참이나 오래 당신을 생각했다고요. 겉으로 관심 없는 척 해봐도, 스스로를 속이려 해봐도 마음이 하는 일은 제가 조절할 수 없는 건가봐요.
당신을 좋아합니다. 근데, 그냥 정말 좋아하기만 해요. 더 관계를 진전시키고 싶지도 않고 무언가 바라고 싶지도 않아요. 이렇게 말하면 그게 대체 무슨 소리냐고 하겠지만 이게 진심이에요. 나는 당신을 정말 많이 좋아해요. 보고 싶고, 같이 있고 싶고, 가끔은 손을 잡고 싶기도 해요. 그렇지만 그러지 않았어요. 내가 무언가를 하나 시작한다면, 당신이 딱 그 하나만큼 아파질 테니까요.
아무래도 지금은 때가 아닌 것 같아요. 나는 생각보다 많이 망가져 있어요. 당신은 이런 나도 다 괜찮다고 하겠지만, 그래서 안되는 거예요. 당신이 너무 착하고 괜찮은 사람이어서. 그러니까 나 같은 사람 말고 더 좋은 사람한테 사랑받아야죠. 좋아한다고 말고, 주저 없이 사랑한다고 해주세요. 난 아직 사랑받을 자격이 없어요.
왜냐면요. 사실 있죠. 나는 당신이 아는 것처럼 그리 다정한 사람이 아니에요. 사랑도 잘 모르고요. 실은 사람도 그렇게 좋아하지 않아요. 나는 상처받기 싫어서 매순간 도망을 최우선으로 선택했던 사람. 어쩌면 당신보다 나를 더 소중하게 생각했던 때도 있었는지 몰라요. 내가 나를 방어하지 않으면 너무나도 쉽게 자아를 잃을 수 있다는 걸 깨달았거든요.
사랑받지 못했던 어린 날의 내가 여전히 남아 있어요. 저의 마음 깊숙한 어느 곳엔 마음의 문 같은 게 있는데요. 아직도 나는 그 문이 벽 같아요. 손잡이를 찾지 못했죠. 그래서 자주 길을 잃어요. 하루를 살아내다 이유 없이 무너지는 일이 빈번하죠. 사랑이 아님에도 사랑이라고 착각했던 일 역시 찾았어요. 오늘도 봐요. 자꾸 엉망이 되고 말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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