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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

나약한 사람의 사랑

by 순애_ 2024. 4. 26.

그 사람은 나를 너무 사랑해서 그런 거래요. 부담되기 싫어서 힘든 일이 있어도 내게 말해주지 않았고, 보고 싶어도 내가 피곤할까 봐 닦달하지 않았고, 내게 짐이 될까 봐 나를 조금씩 밀어냈대요. 너무 사랑해서 그런 거래요. 마음 여린 나를 배려한 거래요. 거짓말. 정말 사랑했으면 그럴 리가 없잖아요. 그의 방식대로만 무작정 사랑하면 난 어떡해. 그런 과한 배려는 필요 없었어요. 그냥 그만 있으면 됐는데. 나는 그에게 또 투정 부릴 거고, 별것도 아닌 일에 토라질 거고, 매일 서운해할 거예요. 그보다 내가 나를 더 잘 알잖아요. 나는 아마, 그렇게 될 거예요. 나에게 그는 늘 바쁜 사람이고, 나 말고도 챙길 게 너무 많아서, 내가 함부로 기댈 수가 없는 사람이잖아요. 그런데 나는 내 마음이 커질수록 점점 더 그에게 기대야만 하는 사람이거든요. 나는 사랑을 이렇게 하는데 어떡해요. 그의 방식대로만 사랑하기엔 내가 너무 힘겨운데 어떡해요.

나약한 사람의 사랑은 의존적이에요. 홀로서며 사랑할 줄을 몰라요. 곁에 있는 사람이 매순간 내 편이지 않고, 언제나 날 떠나고, 날 배신할수도 있어요. 또 지나가버리면 잊혀지는 건 당연하고요. 나의 모든 걸 보여주지 않고 적당히 상처를 주고받으며 지내야 해요. 외롭다는 감정은 순간적인 갈증일뿐이니, 현혹되어서는 안됩니다. 사람은 원래 외롭고, 외로움은 흔하 디 흔해서 익숙해져야 해요. 홀로서도 강하고 빛이 나는 사람이어야 깊게 얽혀버린 그 끈을 끊고 사랑할 수 있어요. 마구 저를 사용하고, 우스워하는 사람들을 본디 악한 사람들이라고 부르거나 저주하지 않을 것입니다. 다 내가 쉬운 사람인 탓이겠죠. 너무 사랑을 한 나머지 항상 내가 가진 마음이 더 커서 생긴 이 외로움은 당연하게 여기고, 이 마음은 죽도록 여전할테니, 부디 평온히 사랑하게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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