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을 전하는 건 역시 쉽지가 않네. 진심 속의 따뜻한 감정은 뒤로한 채 차가운 말들만 내뱉는 순간. 소리 지르고 돌아서면 속에 있던 응어리가 풀어질까 싶었지만, 감정의 골은 더 깊어져가고, '이게 아닌데'만 연신 반복한다. 변명에 또 변명을 늘어놓다 보면, 본질은 잃고 말장난에 빠져들게 되지만, 본질로 돌아갈 길을 몰라서 그렇게 또 서로의 등만 떠미는 상황이 돼버린다.
공식에 대입하듯이 입력하면 출력되는 인생이 아니니까. 말을 뱉지도, 주워 담지도 못하고 한숨만 쉬다가 그런 우리의 모습을 보면 어쩌다가 이렇게 됐을까 싶어진다. 살아온 모습도 다르고, 살아가고 있는 모습도 다른 우리가 각자 내린 정답은 다른 게 당연할 텐데. 너무 오래 가까이 있어서 이해를 강요하게 됐으려나. 우리는 서로가 원하는 게 뭔지, 그게 각자가 생각했던 거랑은 다른 거였는지. 제대로 아는 게 없다.
5분 전에 나는 왜 너의 자존심을 건드렸을까. 3초 전에 나는 왜 이기적이게 대답했을까. 조금만 일찍 생각했다면 대답이 달라졌을까. 나의 알량한 자존심과 어중간한 이기심이 또 못나 보였을까. 호기롭게 뛰어든 내 세상이 너무 어두워서 겁먹지는 않을까. 그런 생각들이 든다. 나름의 배려가 서로에게 더 상처만 주듯이, 멋대로 판단하는 '나름대로'라는 게 참 무섭다. 내가 원하는 게 정말 그저 자존심을 지키는 거였나. 밑바닥까지 너에게 드러내서 그 알량한 자존심의 기를 죽여놓으면 정말 내가 무너지지 않을 수 있을까.
나는 점점 미쳐가고, 이상해져가고, 괴팍한 단어들에 어울려져간다. 나를 원래 네가 떠올리던 환상의 나로 돌려놓고 싶은 건지, 이런 내 모습마저도 사랑하는지, 이런 나를 변했다고 생각하는지 얘기해 줘. 나는 뭐가 그렇게 두려운지, 왜 견디다 못해 무너지는지, 진짜 나는 무엇을 하고, 무엇을 원하는지 얘기해 줄게. 그러고 나면, 우린 서로에게 더 필요하고 중요한 사람이자, 가장 걸맞은 버팀목이 될거야. 그러니 우리 쉽게 포기하지 말고 털어놓자. 나중에서야 후회하지 않게. 솔직히 아직 우리 사랑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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