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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무언가 넘치고 모자란 것들

by 순애_ 2024. 4. 27.

영화 속 무수한 사랑하는 연인들. 운명같은 우연들. 사랑에 빠지는 사람들. 찰나 같은 아름다운 순간들. 그래, 그런 순간은 분명 나에게도 있었다. 그리고 사랑했지만, 이별하는 인연들. 아름다웠던 것들은 결국 변한다. 변하는 것들은 왜 있는 걸까? 애초부터 영원한 것들만 있으면 좋을텐데. 왜, 아름다운 맹세들은 지켜지지 않을까. 분명 그들도 사랑했을 텐데. 그 허무가 참 슬프다. 그 뜨겁던 사랑도 구원이 아니라면 우리는 무엇으로부터 구원받아야 할까.

순간이었던 마음은 사랑이 될 수 없는건지, 짧았다면 해피엔딩이 아닌건지. 정으로 이어나갔던 관계는 정말 의미가 없었던건지, 불타올랐던 마음은 착각이었는지. 금방 바뀌어버린 내 마음은 가벼웠던건지, 잠깐의 꿈같던 사랑은 깊었다고 말할 수 없는지. 시간이 많이 지나고 나서도 보고싶은 마음은 여전히 사랑이라 불러야 하는지, 그리움도 미련도 아닌 정인지.

사랑이라고 하기엔 너무 지독하고, 우정이라고 하기엔 너무 진해서 집착과 방치, 그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해왔던 것 같다. 그와 같이 갔던 곳을 다시 가서 지금 이 마음이 사랑인 걸 확인하게 되면, 유치하다고 비웃었지만 결국 새끼손가락을 걸었던 약속들이 아직도 유효할까 기대를 걸게 될까봐, 추억이 깃든 곳은 가지 못한다. 내 글 속의 수많은 표현들이 그를 향하지만, 굳이 그를 특정한 단어로 정의하지 않기로 했다. 모호하고 흐릿한, 어딘가 애매한 것들이 더 잘 느껴질 때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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