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흠뻑 빠진 적이 있다. 비에 젖고 나면 더 이상 젖지 않는 것처럼, 젖어가는 마음이라 더 이상 말릴 수 없는 것처럼, 누군가를 무척이나 좋아한 적이 있다.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사람이 있다. 이를테면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바라봐 주는 사람. 내리막 시기의 나를 기꺼이 끌어올려 주는 사람. 여린 마음을 예민함으로 치부하지 않고, 다정히 보듬는 사람. 오해를 이해로 바꾸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는 사람. 서로 다른 우리가 만나 함께 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과 노력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걸 아는 사람. 불타지 않고, 포근한 온도를 지켜내는 사람.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그런 사람.
네가 잘 지냈으면 좋겠어. 네가 내 안부를 궁금해하지는 않더라도, 네 안부는 가끔 들려왔으면 좋겠어. 내가 사람으로, 사랑으로, 우정으로 아직 널 많이 아껴. 안 본 지도 한참 지났지만 아직까지도 마음속에서 하나 후회하는 게 있다면, 나도 너만큼의 사랑이었는데, 그때는 내 마음을 털어놓는 방법을 잘 몰라서 포기했던 거 같아. 내가 금방 널 잊었을 거라고 생각할까 봐, 가벼운 마음이었다고 생각할까 봐, 그게 아직까지도 마음에 남아있어. 아마도 그때의 나는 너보다 어렸던 것 같아. 그러고 보면 너에게 거절의 말을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어. 싸워도 헤어짐을 전제로 두지도 않았고, 모든 걸 감수하려고 했던 네 모습이 이제서야 보여. 너무 늦게 깨달았지만, 그래도 네가 나를 따뜻하게 기억해주면 좋겠어. 나는 너 덕분에 빛나는 세상을 살았으니까, 그 추억에 가끔 찾아오는 외로움들을 달래며 살거든. 나는 네가 너처럼 함께하는 시간이 소중한 걸 아는 사람을 만나서 그 어느 때보다 밝게 웃었으면 좋겠어. 너의 행복이 더 많이 크게 자라서 너의 아픔도 스스로 보듬어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있길 바라. 난 아직도 사랑이 사랑다울 수 있게 해주었던 그때의 너를 기억해. 그러니까 문득, 힘든 날이 오면 연락해. 부적처럼 너에게 힘이 되는 말들을 다 해줄게. 그때 우리 다시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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