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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pain

나는 무엇이든 되어

by 순애_ 2024. 8. 9.

나는 나를 사랑하는 것들을 등한시하고 파랑새가 되어 상공을 부유하고 싶었으나 결코 그러지 못하고 책임감 있는 어른이 되어 버렸네
우리는 그것을 이 고국의 도덕이라 일컫지만 그 자신에게만큼은 지울 수 없는 상흔이었네
나는 단지 내가 되고 싶었네 그 삶이 희극이든 비극이든 그 까만 밤을 건너 나는 단지 내가 되고 싶었네
결핍이 넘쳐 너른 마음으로 울부짖고 위조된 사랑을 베풀며 허세를 떨었네
헤아릴 수 없고 보듬을 수 없는
나는 단지 내가 되고 싶었네

야밤에 온몸에 힘을 빼고 초고를 썼다. 기운이 없고 지친 상태로, 축 늘어지고 우울만이 들어선 육신을 가진 인간처럼 말이다.
요즘은 매일 전쟁을 하고 있다. 살고 싶은 나 자신과 죽고 싶은 나 자신은 오늘도 수천 번째의 싸움을 하고 있어서다. 저 멀리, 저기 멀리 별이 된 것의 거짓된 속삭임이 들려온다.
내게로 와. 이곳은 따뜻해. 그곳처럼 불치병 을 앓지 않아도 돼. 무엇보다 나와 영원한 사랑을 할 수 있지. 나에게로 와. 나에게로.
어쩌면 그것은 거짓이 아닐지도 모른다. 나는 요즘 멍한 시간이 많아지고 인간의 낯짝을 보면 생각이 많아져서 고개를 돌리는 날이 많아지고, 대화를 단절하고 살아가고, 눈물이 많아지고, 구태여 울지 않더라도 마음엔 홍수가 넘쳐흐른다. 세상에 홀로 선 이 기분이 싫다. 세상이 나를 짓밟고 잠을 청하라고, 너 따윈 필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것 같은 착각이 싫다. 나의 머릿속이 싫다. 나의 귀띔이 싫다. 나의 사랑이 싫다. 나의 사색이 싫다. 내가 싫다.
그래서 한동안 글을 쓸 수 없었고, 힘을 낼 수 없었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살았고, 여전히 포기하고 살아간다. 나는 아직도 장담하지 못한다. 내가 살 수 있을지 말이다. 이 세상에 혼자인 나에게 아무리 생각해도 이 시대에, 이 세상에, 이 시간에 걸맞은 자가 아니다.
나는 도망치고 싶다. 회피하고 싶다. 나약한 나라고 불려도 좋다. 그래서 나는 살겠다고 장담할 수 없으나, 그래도 써 보는 것이다. 어쩌면 이것이 나의 발악일 수도 있겠고, 체념일 수도 있겠으나 써 보는 것이다. 지옥 속을 걸어가고 있는 나의 마음을 노래하고 싶었다. 그래, 나는 요즘 숨죽여 나를 위해 노래하며 산다. 그렇지 않고서야 살아갈 수 없으므로.
그러니 나약한 우리들이여, 조금만 기다려 달라. 내가 일어설 수 있을 때까 이 무서운 세상에 내가 다시 한번 어른으로 거듭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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