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찔한 절벽 위에 올라선 그 소녀는 혼자 울었다. 하늘마저 울컥할 정도로 구슬픈 울음소리였던가. 하지만 세상은 그녀의 사정에 관심이 없다. 저 여자가 그 소문의 마녀래. 기이한 술수로 마을 남자들을 홀려서 전부 잔혹하게 죽였대. 저런 년은 당장 처형해야 해. 저 미친 마녀를 잡아 다가 당장 죽여야 해. 사소한 가십거리가 입을 타고 퍼질수록 의심이 쌓여 소문에는 점점 살이 붙었고 조작된 사실은 사람들을 선동하여 한 명의 인간을 짓눌렀다. 소녀는 애써 진실을 밝혀보려 발악했다. 하지만 소녀야, 그들은 소문의 진위 여부에 관심 없단다. 그들은 그저 이 잘 짜인 연극으로 자신의 여흥을 채울 뿐이란다. 허구가 진실이 되어가는 과정은 늘 그렇게 잔인했다.
"여러분, 이 마녀가 또 어떤 계략을 생각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그러니 우리는 당장 신의 이름으로 저 악마를 물리쳐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여러분의 힘이 필요합니다. 다 같이 힘을 합쳐 저 사악한 악마를 퇴치합시다. 신께서는 정의를 위한 우리의 투쟁을 기껍게 여기실 겁니다!"
죽이자! 죽이자! 수많은 사람들의 거친 함성이 소녀의 가슴을 관통하였다. 그들이 그리는 왜곡된 유토피아에 소녀의 자리는 없었다. 어쩔 수 없는 걸까. 이게 나의 마지막인 걸까. 신께서도 결국 나를 버리셨나봐. 소녀는 그 사실이 지독하게 고통스러웠다. 벗어날 수 없는 현실은 그녀를 잔인하게 찔렀다. 그래,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죽음도 인간다워야지. 시샘과 모함에 현혹되어 스스로의 손을 기꺼이 더럽히는 게 바로 인간의 본성이니까. 역시 결국 황량한 결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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