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념을 가진 자들은 두려움을 모른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비틀어진 신념에 미친 것들이었다. 그들은 본인이 생각하는 정의의 기준에 세상을 맞추려고 하기에. 상실의 고통은 그들을 삼키지 못한다. 진정으로 잃을 것이라고는 본인의 굳은 믿음뿐이니까. 그렇기에 그들은 망설임 없이 자신들의 육체를 세상에 내던질 수 있는 것이었다. 육신은 으스러져 부패되어도 그들이 사랑하다 못해 절절히 목을 매는 이념은 이 땅 위에 영원토록 기억될 것이니. 허나 그것은 터무니없는 비약으로 스스로의 눈을 가리는 짓의 반복이니, 결코 그들을 올바른 실존의 길로 인도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들은 종종 삶의 목적을 논하는 과정에서 명예를 제시한다. 오직 명예를 좇으며 자신의 암담한 운명을 타개하려 들었던 아킬레우스의 이름을 각자의 영혼에 새기면서.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야 하는 이유라고 부르는 것들은 죽어야 할 좋은 이유이기도 하다. 따라서 그들이 실존의 명목이라 부르짖던 명예는 결국 한낱 백일몽이었다는 진위만이 수면 위로 떠오를 뿐. 그래, 그저 그뿐이다. 그들이 애써 포용하려 했던 것들은 전부 그들을 빠져나가고 되려 그들을 찌르려 들을 뿐이다. 믿음이란 그런 것이다. 신념이란 그런 것이다. 이념이란 그런 것이다. 주상적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나 자신 전부를 바치게 만들지만 결국 어떠한 가치에도 도달할 수 없게 만드는 것. 과연 이게 그들이 그토록 갈망했던 결말이었는가, 나는 이 허무하고 삭막한 이야기를 향해 그저 의문을 던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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