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한 번 안 해 본 사람이라도 나를 시시해하지 말아요
이만큼 무정해지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등을 보아야만 했던 걸요 나는 알고 있어요 내 마음은 셋집이죠 결코 영원할 수 없죠
그러니 그대 사랑 한 번 안 해 보았어도 울지 말아요 우린 알고 있어요 사랑이란 곧 부서질 모래성을 쌓는 일 제아무리 열과 성을 들여도 헛수고일 테죠
그러니 스스로를 함부로 타박하지 말아요, 핀잔을 주지도 사랑 같은 건 함부로 탄생되어서는 죽복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에요
사랑에 대한 생각은 내 마음의 깊이와 무의식에 따라 바뀌고는 했다. 그리고 요즘의 나에게 사랑이란 이런 것이다. 해보지 않았다고 하여 가벼이 핀잔을 주어선 안 되는 것. 해보지 않았다고 하여 작아지거나 눈치 보아서는 안 되는 것. 내가 농담을 주고받는 가벼운 언어들을 무겁게 생각하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사랑이라는 감정이, 형태가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사는 이 세계에서, 모두의 마음속에 제각각의 모양새로 자리 잡아 꿈틀거리는 그것이, 뱉어질 땐 조금이라도 소중히 다루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 나이 먹고도 아직 연애 한 번 안 해 봤어?' '잠자리 한 번 안 가져 봤어?' 이 모든 말들은 한 타인에게 수치심과 나이대에 맞지 않는 매력 없는 자로 만들 수도 있는 말들이라고 생각한다. '나 몇 살이잖아. 근데 아직 연애 한 번 안 해 본 거 괜찮은 거야?' 그럼 나는 뭐라 답해야 할까. 사랑에 정해진 나이가 있다고 생각하는 자들이 우습기만 하다.
부정적인 사랑 표현에 거짓은 없다. 사랑에는 분명 양면성이 있다. 소중하고 순수하고 아름다운 칼날을 달빛 아래 드리우고 있다. 누군가의 폐부를 찌르기에 적합하다. 하물며 자신을 난 도질하기에도 충분한 무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사랑에 결핍을 느끼 면서도 가끔 소름 끼치도록 무섭다. 시 속의 언어를 잠깐 인용하자면, 빌려 사는 집에 불과한 이 마음이 감히 사랑을 꿈꾼다는 게, 부서질 모래성임을 알면서도 열과 성을 들이고픈 게, 나는 너무 무서운 것이다.
타인을 향해서도 사랑에 관해 함부로 말하지 말았으면 한다. 그대들이 함부로 사랑을 논하고, 타인의 사랑을 비웃고 평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난 오히려 사랑해 보지 않은 자들이 부럽다. 순수한 그들의 에메랄드 물빛 같은 고결한 마음들이 빛나는 것만 같다.
wri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