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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love

사랑이 뭘까요

by 순애_ 2024. 4. 10.

나는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면 그 사람의 전부가 되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어서, 그 사람의 말투와 행동을 나도 모르게 따라하는 이상한 취미가 생긴다. 그래서 내 마음과 아주 가깝던 누군가를 떠나보내고 나면 내 일상에 스며든 말투와 행동들 속에 그 사람의 것들을 너무 쉽게 찾을 수 있어 괴롭다. 헤어짐 뒤에 나는, 내가 아닌 그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어서. 뭔가 나는 맹목적인 믿음과 지지가 필요한 것 같다. 그게 사랑이든 기대이든 모든 사랑이 소홀해지면 안되니깐. 그리고 그러기엔 너무 메말라있을 수도 없다. 그래서 결국엔 내가 나의 믿음이 되어줘야 이 반복을 끝낼 수 있다.

정말 사랑이 뭐길래. 정의할 수도 실제하지도 못하는 것이 사람 하나를 완전히 무너뜨리기도, 살게 하기도, 죽을힘을 다해 헌신하게도 한다. 사랑은 매번 다른 모습을 하고 우리 앞에 나타난다. 그래서 사랑의 몽타주를 그려도 그려도 찾을 수 없는 거다. 사랑이 모든 것을 책임지진 못 한다. 하다못해 그 사랑을 하는 나조차도. 내 미래는 내가 책임져야 된다. 사랑하는 것도 사랑받는 것도 참 좋지만, 사랑에 목매지는 않아야지. 적어도 구걸하진 않아야 하고. 아무렴, 전부를 다 걸지는 말아야지. 사랑이 끝나고 난 뒤의 책임은 온통 사랑 한 내가 짊어져야 하는 거니까.

기대와 실망, 사랑과 이별. 상반되는 두 단어지만 늘 함께 나열되는 단어가 아닌가 싶다. 대부분의 상처들은 대개 기대 후의 실망으로, 사랑 후의 이별로 받았기 때문이었을까. 나는 늘 사랑을 시작하면 이별을 걱정했고, 기대하기 시작하면 실망할 것을 두려워했다. 그러나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고, 기대하지 않을 수 없었다. 때문에 나는 생각보다 자주 아팠고, 자주 좌절했고, 자주 무너졌다. 요즘 나는, 쉽게 마음 주지 않는 법을 배운다. 쉽게 사람을 믿지 않는 법을 배우고, 쉽게 사랑하지 않는 법을 배운다. 내가 만나온 모든 인연들은 내게서 마음을 앗아갔고, 나와의 믿음을 저버렸으며, 내 사랑을 짓밟았기 때문에. 그래서 오늘도 누군가에게 등 돌리는 법을 배운다. 가까이 다가서지 않는 법을 배운다. 마음 주는 것도, 상처받는 것도 결국은 내가 될 테니까.

사랑하기 두려운 이유가 따로 있을까. 내가 건넨 손을 상대도 쉽사리 잡지 못하고, 상대가 건넨 다정함을 나 또한 자꾸만 의심하게 되는 것. 툭 치고 간 사랑은 교통사고와 같아서 사랑에 치이고 나면 그 피해는 대부분 오래도록 지속된다. 비슷한 시작은 의심하게 되고, 시작이 조금 다른 사랑은 걱정이 먼저 앞서기 일쑤. 세상에 내놓아진 많은 청춘들 중 사랑에 데여 본 사람이 대다수이니 사랑이 어렵지 않을 수가 없지. 진심을 보여도 거짓이라 칭하고, 거짓을 보이면 마음에 벽을 더욱 견고하게 세운다. 두려움도, 의심도 많은 내가 또다시 사랑을 할 수 있을까. 괜한 걱정이 앞서지만 사랑에 상처받은 이가 나뿐은 아닐테니. 혹여 나뿐이더라도 나를 사랑해 줄 사람은 어디엔간 있으리. 상처받지 않은 사람들 속 나만 상처 입은 이라면 그 또한 특별한 사람으로 칭해지지 않을까. 걱정과 안도의 반복 속에서 나는 또 새로운 사랑을 기대한다. 이것저것 재지 않고 그냥 무작정 내 맘으로 달려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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