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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love

이게 내 사랑이야

by 순애_ 2024. 4. 16.

사랑을 구원으로 삼는 삶, 어쩌면 너무 고단할 수도 있다. 왜냐면 어찌됐는 모든건 변하기 마련이고, 무언의 사랑이 계속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니 끊임없이 사랑하고 소멸하기를 반복한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건 대체로 많은 고통을 수반하고 모두가 이것을 알면서도 묵살한 채 사랑을 한다. 때론 사랑이 시작된 이후에 알게 되기도 하지만 알게 돼도 당장 그만둘 수 있는 이는 없고, 그 고통을 온몸으로 느끼면서도 계속 관계를 이어나가려는 모든 행위를 나는 결국 사랑이라 부른다.

이게 내 사랑이야. 그리고 앞으론 이만큼이나 더 줄 거다. 왜 나는 네게 자꾸 내 맘을 보였을까. 나 이만큼 너를 사랑해, 말하고 싶은 게 정말 전부였을까. 실은 네 마음의 크기도 알고 싶으니 보여달라는 말이었겠지. 네 마음이 내 마음보다 작았다면 나는 무슨 행동을 보였을까. 실망, 서운함 그 말고는 다른 감정 따위 느낄 수 있었을까. 사랑받고 싶어 사랑을 옥죄는 내 모습은 나도 맘에 들지 않는다. 고쳐보려 애를 쓰지만 이미 사랑하고 있는 너를 보면 그게 맘처럼 되지 않는걸. 내 마음은 왜 이리 허기져. 네 마음껏 우러러 나오는 그 사랑이 왜 자꾸만 부족해. 왜 나는 조금 더 기대하고, 더 욕심부리고, 채워지지 않으면 칭얼대. 사랑받고 싶던 몸짓이 결국 나를 떠나게 만든 이유가 됐잖아. 사랑하면 안 된다고 몇 번을 다짐했는지 알아? 가는 마음을 뒤로하고 나는 몇 번이나 뒷걸음질 쳤는지. 가끔은 어디냐며 밥은 먹었느냐며 묻는 네 목소리가 사랑한다는 말 같아서 귀를 막은 적도 있었어. 언젠가 그 물음을 내가 먼저 묻고 있을 것 같아서 무서웠어. 이 물음이 끊이진 않을까 우리의 대화가 온통 무색해지지는 않을까 걱정했어. 머리는 안 된다며 두 발짝 도망가고, 마음은 어쩔 줄 몰라 갈팡질팡 거리는데, 너는 저 멀리서부터 나를 반기며 환하게 웃고. 어쩜 사랑하지 않을 수가 있겠니. 나 또 네 웃음이 끊이지 않길 바라고 있어. 나 끝 같은 거 생각하지 않고 그냥 사랑할래. 사실 이미 사랑해.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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