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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너무 아픈 사랑은

by 순애_ 2024. 5. 31.

채워지지 못하는 내 마음 양은 점점 바닥을 드러내고 갈증이 심해져 갔다. 나는 이미 황폐해진 그곳을 빠져나와야 할지 고심하며, 며칠을 내 손가락만 깨물어댔다. 감정이 한 방울도 남아있지 않다고 판단한 후에는 별거 없었다. 너를 안 보고 살 수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너를 떠나야지만 내가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던 거라는데, 우리가 했던 게 사랑이 아니라면 대체 뭐란 말이야. 난 사랑이었는데. 너도 그렇잖아. 맞다고 해줘 제발. 네 자존심이 대체 얼마나 대단한 거길래. 네게는 그거 하나 굽히는 게 대체 얼마나 힘든 일이길래.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가 뭐 그리 어려워서 날 울려.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가 뭐 그리 어려워서 나를 떠나보내냐고.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고 사랑이라면 나를 아프게 하지 않는다. 그마저도 사랑이겠거니 했던 때때로 아프던 시절들은 그냥 전부 사랑이 아니었던 것뿐이었다. 변하지 않은 건 없었고 우리도 마찬가지였다. 영원을 맹세했으면서 결국 돌아서버린 건 서로가 이기적이었기 때문이었을까. 좁혀지지 않은 이기심 속에서 우리는 사랑이란 말로 잠깐 묻어뒀던 것일지도. 시간 지나 먼지 같은 사랑 털어 보니 우린 애초부터 우리가 될 수 없었던 사람이었을 뿐이었다. 뒤엉켜살며 애써보던 시간들은 겨우 추억으로 남겠지. 웃긴 건 이토록 이기적인 우리가 한때는 서로의 세계를 맘껏 침범하곤 했었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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