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는 사랑하지 않으려 했다. 내가 드러낸 치부는 약점이 되고, 지나간 사랑은 더 이상 정으로 남지도 못하게 되니까.
한창 사랑을 하던 그때의 나는 시간이 지나면 트라우마가 되었고, 어떤 사랑은 흑역사라고 불리며, 불타오르던 사랑은 한순간에 한 줌의 재가 되어 우리가 서로 알지도 못하던 때로 돌아가고 나니 그 얼마나 부질없는 일인지. 늘 특별하다 생각했던 나도 흔해지고 평범해졌나. 사랑을 하다 망가진 나를 마주하기가 무서웠고, 되돌려놓을 자신은 없었다.
다시는 하지 않으려던 사랑이었는데, 다정한 사람을 만나서 손을 잡고 여러 계절을 울고 웃었다. 너무 깊어져 버리고 커져버린 마음은 잠잠할 날이 없었지. 혼자만의 불안으로 상한 기분은 나아지질 않아서 이유 없이 짜증을 내다가도 네가 금방 싫증 나서 날 떠나버릴까 봐 눈치를 보고, 벅차오르는 마음에 행복해서 눈물을 쏟다가도, 커져버린 서운함에 모진 말을 뱉어 너를 나쁜 사람으로 내몰았다.
너의 시간을, 너의 마음을, 그 유일함과 특별함을 모두 가지는 게 나의 소원이지만, 이게 사랑이 맞는지 확신할 수 없어서, 나의 하루가 뒤흔들리는 재앙 같은 사랑을 했다. 때로는 버려야 하고, 때로는 버림받는 게 사람이지만, 그게 우린 아니었으면 좋겠기에 몇 번이고 나를 사랑하냐고, 얼마나 사랑하냐고 물었다. 사랑과 운명을 절대 믿지 않으니 네가 나에게 보여줬던 표정과 들려줬던 말들에 의지해 영원에 가까워지는 것. 이게 내가 사람을, 너를 마주하고 믿는 방법이었다.
그래서 우리의 분위기와 나눴던 대화, 보냈던 문자와 편지들을 기억해 두고, 너의 향에 의지하고, 최대한 오래 너의 표정과 얼굴을 눈에 담아두려 했던 것이다. 새로운 사랑은 늘 두렵고, 난 스스로도 믿지 못하는 겁쟁이라, 나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는 바보라, 한결같이 그 자리에서 있어주는 네가 평생 내 곁에 있어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망하고 망해도 또다시 사랑. 수없이 한 나의 다짐에도 무색하게 결국 너를 사랑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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