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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일종의 고백

by 순애_ 2024. 8. 8.

마지막 눈조차 가차 없이 훌훌 털어 버리는 길가의 어느 저 나뭇가지처럼 세계는 시간의 균형을 유지한다는 이유로 수많은 사람을 낙오자로 만들었다. 사뿐한 봄에서 뜨거운 여름이 오면 다들 유행가 부르듯 힘겹게 여름을 좇았고, 우리도 다를 바 없이 봄으로부터 떠날 채비를 하느라 성급했고, 그것은 때때로 인간의 심연에서 여유를 추출하여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중한 편애를 쉬이 갈라지도록 만들기도 하였다. 지난한 이 시대에서 사랑만큼은 어떻게든 지키고자 애쓰던 이가 기어코 사랑을 혐오하게 되는 이유는 과거에 사랑을 지켜 내려던 혹자의 표독스러운 무기 때문일 테니 다 까놓고 보면 우리가 갈 길을 잃고 방황하는 것도 누구 하나를 탓할 수 없는 것이다. 그저 모두 우리 우리의 탓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이 사랑이 무궁하기를 바라는 것은 기생충들이 모조리 말살되는 것과 같은 일, 한마디로 불가능인 것이다. 매일 밤 고장 난 전구 아래에서 까진 무릎에 홀로 연고를 바르는 다 자라 버린 아이의 모습에 마침내 사랑을 체념하게 된 어릿광대의 눈물에, 나는 시를 꿰매어 조용히 울고 있는 그들 마음 언저리에 내려놓고 간다.

사랑을 신이라고 믿던 나에게 사랑이 주검이 되어 내 폐부를 수차례 찌르는 요즘이다. 아니 어쩌면, 그간 수천 번 그랬음에도 내가 깨닫지 못했던 걸지도 모르겠다. 내가 사랑을 신이라 믿었던 것은, 사랑을 정말 신처럼, 환상처럼 바라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지구에선 사실 존재하기 어려울 만큼 순수하고 깨끗한 것이라 생각했다. 또 따뜻한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근래는 그 생각이 무너졌다. 사랑은 수많은 사람을 가해자로, 피해자로 만들기도 한다. 사랑이라는 이유로 우리는 고독해진다. 그 어둠의 측면을 돋보기로 들여다보게 되기 시작하면서부터 나는 또다시 독방에 들어가 온몸을 웅크리고 있게 되 었다. 내가 그토록 믿었던 사랑도 결국 양면성을 가지고 있었다며 징징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지금은 그러고 싶다. 내가 그렇게 믿고 기대던 유일한, 아주 오래도록 맹신하고 사람을 사랑하려 노력했던 지난날의 내가 바보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럼에도 이 글은 나의 울타리 속에 있는 당신들에게 쓰는 사랑이다. 나는 이제 조금 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대들이 언젠가는 나에게 아주 독한 술이 될지도 모른다는 것을. 그래도 그간 당신들은 나를 수천 번 안아 주지 않았는가. 바라봐 주지 않았는가. 무엇보다 기다려 주지 않았는가. 내 궁핍한 세계에서도 지켜야 할 것은 지켜야 한다면, 개중에 당신들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죽고 싶은 마음으로 글을 쓴다. 나도 죽고 싶은데, 나도 정말 죽고 싶고 돌아갈 길도 모르겠고 다 모르겠는데, 이런 마음으로 엮은 전쟁터의 글 하나를 네 마음 언저리에 놓고 갈 테니, 이 세상에 나 같은 사람이 있음에 위로를 얻고 가라고. 내가 너의 전쟁터에 방패가 되어 주겠다고. 그게 아주 금방 뚫리는 그런 방패라 할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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