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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2024

20240417

by 순애_ 2024. 7. 12.

아끼는 친구에게 살고 싶지 않다고 말을 했다. 이렇게 살 바엔 편히 죽고 싶다고. 살아있는 게 죄 같아서 매일이 힘들다고. 매일 겨우겨우 붙들고 있는 하루가 무슨 의미가 있겠냐고. 친구는 사람은 누구나 태어난 이유가 있다고 한다. 그 이유를 힘들게 찾는 사람, 쉽게 찾는 사람이 나뉠 뿐이라고. 근데 나는 찾고 싶지도 않다. 왜 찾아야 하지? 살아갈 명분을 굳이 찾으며 살겠다는 게 아닌데 내 말은.

하지만 그는 그의 말에 울분을 쏟아내는 나에게 부정적인 마인드를 고치지 않으면 상종도 안 하겠다고 쐐기를 박아버렸다. 사는 게 폐를 끼치는 것 같다는 말에 내가 죽는 게 제일 폐를 끼치는 거라고 한다. 진심으로 날 걱정해 주는 마음이 이해가 갔지만 왠지 모르게 눈물이 하염없이 쏟아져 나왔다. 그저 책임 회피로 보이지 않는다는 말. 그 말이 맞았다. 나는 그저 죽고 싶은 내 마음에 이유가 필요했고, 그 이유를 찾을 수 없어서 책임을 돌렸다. 오로지 내 탓이라면 더욱더 나를 싫어하게 될 것 같아서 그랬다.

어김없이 돌아온 오늘을 나는 여전히 즐기지 못했다. 한 번뿐인 하루를 이따위로 보내는 사람이 나 말고도 더 있을까 싶다. 예전에는 죽고 싶다는 감정이 마음 한켠에 자리 잡으면 어떤 느낌일까 싶었는데 이젠 안다. 왜 우리는 무엇을 위해 이렇게 살고 싶어하고 살아가야만 하는지. 그리고 먼지 한 톨 같은 내가 사라지게 되어도 늘 세상은 별일 없이 흘러가는 건 똑같은데 아등바등 살아가야 하는 이유는 도대체 뭐일지.

살아있음에 감사함을 느꼈던 순간이 몇이나 될까. 한 번이라도 감사했던 적이 있었던가. 죽지 못해 사는 모습이 이렇구나. 신에게 제발 죽여달라 간절히 빌고 빌다 지쳐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악을 쓰다 지쳐 말라붙은 눈물 자국에 얼굴이 따끔거린다. 퉁퉁 부은 눈을 하고도 여태 화가 풀리지 않아 씩씩거리는 모습이 전혀 웃기지가 않는다. 실핏줄이 다 터진 눈으로 울다가 화내다가 웃다가를 반복한다 뱃가죽이 이미 등에 달라붙었음에도 꼬르륵 소리 한 번 내지 않았다. 입안이 모래를 한 움큼 집어먹은 것처럼 텁텁하다.

결국 그 친구에게 또 한 번의 거짓말을 하고 말았다. 말하고 나니 괜찮아졌다고. 감정적이었고 내가 좋은 생각을 하고 살테니 떠나지 말아달라고. 이게 내 본래의 모습이 아니라 잠시 멘탈이 나간 것뿐이라고. 친구는 괜찮은 게 맞냐는 질문만 연신 반복하고 알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위태로워 보이는 나를 분명 알았을 거다. 그럼에도, 이런 감정은 본인이 바뀌지 않으면 절대 사라지지 않을 테니 괜찮아 보이지 않아도 시간을 준 것 같다. 조금이라도 우울한 감정을 정리하고 나아가기 위한 시간. 그런 게 아니었을까. 사실 안 힘든 사람은 없지 않나.

신세한탄을 하고 나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 오래 간직한 비밀들을 말해 줄만큼 솔직하고 깊은 사이가 내 주변에 몇이나 있을까. 스스로를 숨기고 감추고 모두 가식으로 서로를 대하고 사는 게 아닌가. 언제쯤이면 내 치부를 모두 보일 만큼 믿음직한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젊고 예쁜 모습으로 숨쉬기에는 짧은 시간들에 내가 정말 사랑하는 사람 손 한번 잡아보고 눈 감으면 그래도 이러려고 살았구나 생각이 들려나. 누군가처럼 나는 크게 성장하질 못해서 쓰고 싶은 단어들의 선택에서도 여러 기로에 놓여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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