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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2024

20240606

by 순애_ 2024. 7. 13.

문장을 천천히 읽어보면 늘 그 사람은 건강하지 못한 마음을 누구보다도 잘 표현해 주기에 내가 그 사람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지만, 난 내 아픔을 표현하기에 무리가 있다. 그 사람과 내 사이를 가로막는 벽 중 하나는 표현이 다르다는 것. 난 늘 칭얼대는 게 일쑤인 문장들이고 그 사람은 덤덤하게 이어나가는 아픈 말들이다.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은 눈으로 눈물 하나 흘리지 않는 그를 보면 어떻게 위로의 말을 가져다줘야 할지 가늠이 안됐다. 내가 그 사람에게 보이는 모습은 어떤 모습일지 겁이 나기도 했다. 비록 하나부터 열까지 나와 다른 방식을 가진 사람이란 걸 알고 있었지만 난 모든 게 같아지고 싶다. 글을 쓰기 시작한 것도, 우울하기 시작한 것도 같아지기 위해서였으니까.

하지만 그 사람을 위했던 내 마음은 그에게는 부담이었나보다. 자꾸만 나를 피하는 모습이 나에게 불안을 심어주었고, 나는 스스로를 속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서야 깨달았다. 거짓된 우울을 말하는 건 그럭저럭 들어줄만 한가보다. 위로 나부랭이를 하며 같잖은 비교질을 하는 여유를 부리는 걸 보니. 적당한 추임새를 넣어가며 연신 고개를 끄덕이는 그를 보며 아, 그가 진정 나를 사랑하는게 맞았나 의심이 됐다. 나의 불행은 그의 행복이라 했었지. 진실을 말하던 거짓을 말하던 상관없었나보다. 그저 내가 그 사람보다 더 우울하기만 하다면, 그걸로 됐나보다. 하찮은 위로가 됐나보다. 진실된 우울 앞에선 입도 벙긋 못할 거면서. 위로는커녕 혹여라도 나의 우울을 대신 짊어져야 할까봐 발발 떨기 바쁠 거면서.

찬란한 우울 앞에서 수없이 무너지는 무릎을 보며 잘게 울었다. 쪼개지는 슬픔을 하나하나 주워담는 가느다란 손가락이 사무치도록 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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