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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2023

20230904

by 순애_ 2024. 4. 29.

내 마음에 찍힌 마침표가 이상하게 공허하다. 그때 우리가 했던 약속이 사실은 아무런 힘없는 그저 낭만에 취해 어지럽혀 놓은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는 걸 알아버린 탓일까. 우리의 그때를 어쩌지 못해 그저 묻어둔 채 살았던 날들. 그리움이 조금이라도 강하게 부는 날이면 혹여나 묻어둔 것들이 고개를 내밀까 조마조마했다. 울기는 또 얼마나 울었는지. 녹아내린 관계를 등지고 휘청거리다 결국 스스로 감당해 내야 한다는 게 마음 언저리를 쿡쿡 찔러대고, 함께했던 이별에서 후유증을 겪는 건 혼자라는 현실에 자주 다리가 풀려 주저앉기도 했던 나의 긴 여정. 지금 와 생각해 보면 뭐가 그리 대단했는지 모르겠다. 뭐 그렇게 대단한 사랑이었다고 너에게 향하는 마음 하나 없는 곳에 이르기까지 왜 그토록 슬피 살아야 했을까. 내 마음에 찍힌 마침표가 이상하게 공허하다. 그때 우리가 했던 게 마치 사랑이 아니었다는 듯, 자꾸 어딘가 공허하다.

한동안 듣지 못할 노래가 많이 생겼다. 너에 관한 많은 것들을 아무렇지 않게 지나칠 수 있을 때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지 모르지만, 정리된 너의 마음에 더 이상 손을 뻗을 용기가 없다. 나는 많은 처음들을 함께한 게 행복이었고, 사랑을 줄 수 있는 자격을 가졌던 게 제일 고마웠다. 너를 만나서 아무도 모르는 네 모습을 알아갔던 시간들에 대한 후회는 없다. 또, 우리가 서로를 바라본 그 마음에 거짓은 없었다고 확신할 수 있다. 남들이 모르는 우리만 알던 우리는 이제 없고, 항상 말했듯 사랑같이 한 때인 것들은 사라지고 말지만 각자는 어딘가에서 영원할거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기다려주지 못한 아쉬움이 든다. 내가 말하는 노력이 너에게 버거움이었을 수 있었는데, 그저 나의 조급함을 이겨내기 위한 방어기제로 내세웠던 것 같다. 많은 게 내 착각이었던 것 같다. 가득했던 마음이 엎어질 때 피할 곳은 없었다. 내가 애쓰고 버티다보면 많은 걸 지킬 수 있을 거라고 착각했던 것 같다. 그래도 우리 사이를 지키기 위한 나의 마음이었다고 생각해주면 좋겠는데 그저 욕심일까. 내가 무너질 때 같이 무너져주는 사람이 필요하듯이 너도 너의 힘듦을 같이 덜어주길 바랐던 것 같다. 그래도 우린 이렇게 끝이 났지만, 나에겐 언제나 사랑받아 마땅할 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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