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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2023

20230526

by 순애_ 2024. 4. 27.

꾹꾹 눌러 만든 모래성에 예쁘게 깃발까지 꽃아뒀는데, 성난 파도가 확 휩쓸어간다 해도 내 힘이 닿는 데까지 결국 다시 다지고 다져 모래성을 세울 테다. 나의 유리병을 아기자기 예쁜 조개껍데기들과 빛나는 돌들로 가득 꾸미는 꿈을 꿨지만, 진흙과 미역 나부랭이들로만 채워진다 해도 괜찮다. 금 간 곳 없이 무사한 내 유리병에 안심하며, 또 다른 것들로 채울 꿈을 꿀 수 있을 테니까.

내가 이들에게 건네는 내 온마음에 후회를 가지지 않기로 했다. 오히려 내려놓는 연습을 하는 중이다. 많은 기대와 욕심을 가둬두는 것은 득이 되는 것이 없기에, 상념들을 꺼내놓고 마음에도 없는 말과 괜히 행동하는 것이 없도록 매 순간을 진심으로 살고 있다. 마음을 가볍게 하기 위함이 아니라 내 깊은 마음이 더럽혀지기 전에 그 마음을 온전히 표현하기 위한 방법이라고나 할까.

상대에게 모든 것을 맞춰준 나를 잃은 관계는 결코 아름다울 수 없더라. 주체가 나였어야 했고, 나를 잃어서는 안됐다는 걸 너무 늦게 깨달았다. 이기적이지만, 결코 이기적인 게 아니다. 내가 최선을 다했고 줄 수 있는 모든 것을 주었던 관계가 끝이 날 때에 후회는 온전히 상대의 몫일 테다. 어쩌면 무서운 마음인 걸지도 모르지만, 상처받지 않기 위한 발악이자 내 최선 역시 내 진심과 노력이다. 빛나는 게 흔하면 가치 있을리가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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