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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2023

20231026

by 순애_ 2024. 4. 12.

요즘은 자존감이 너무 낮은 시기다. 매번 이 시기가 돌아오면 나는 나를 더욱 미워한다. 사랑이 찾아와도 왜 나를 사랑하냐며 밀어내고, 설렘이 느껴져도 그 사람을 사랑할 용기가 없어 포기한다. 농담으로 던진 말들에도 괜스레 속상해지고, 평소엔 흘려보내던 날카로운 말들이 전부 상처로 남는다. 나는 지금 이 시기를 보내고 있다. 언제쯤 벗어날 수 있을는지 모르겠다. 누군가를 사랑할 자신도 없지만 나를 사랑할 자신은 더더욱 없다. 나는 나를 미워한다. 아무 잘못도 없는데 전부 내 잘못인 것 같아서, 그래서 오늘도 나를 흘겨본다. 남들이 바라보는 시선이 전부 그래 보여서 나까지 나를 그렇게 바라본다. 이 세상 모든 사람들보다 아마 내가 나를 더 싫어할지도 모른다. 알면서도 나를 싫어하는 내가 정말 싫다.

아프지 않은 적은 없었고 매일 같이 힘들다. 자주 우울에 잠겨있고, 때론 외롭지만 대부분은 혼자 있길 자처하며, 말하고 싶진 않지만 누군가 알아주지 않으면 서운하기도 한다. 나는 나조차도 알 수 없으니 내가 사는 이 세상은 생각보다 어렵고 복잡하다. 하고 싶은 건 많은데 할 수 있는 건 별로 없고, 생각이란 건 생각에서 그치는 일들이 많음을 깨닫는다. 나는 위태롭다. 애처롭게 잡은 손들은 나를 꽉 쥐고 있지 않는다. 누군가에게 필수적인 사람이 되고 싶다. 없어서는 안되는 존재. 두서는 없다. 나도 내 마음을 잘 모르겠다. 그저 이 와중에도 누군가 곁에 있어주길 바랄 뿐.

실은 나는 많이 아프고 혼자 새벽에 잠 못 들고 신세 한탄도 하곤 하는데. 실은 사소한 것에 상처받고 무너지는데. 실은 자주 울곤 하는데. 말하지 않으면 모른다지만 말한다고 알아주는 사람이 있을까. 사랑받고 싶었던 마음은 더 외로워지는 방법이 돼버렸고, 미움받고 싶지 않았던 마음은 어느새 나를 미워하는 마음이 되었으니. 죽어버리고 싶어도 그럴 용기가 없는 데다가 진정으로 나를 다 보이기에는 수많은 눈초리가 너무 무서워서. 눈치 보지 말고 살라지만 다 내려놓기에는 겁이 너무 많고, 정도를 지키기에 세상은 너무 어려워서. 오전과 오후의 거리란 게 딱 이승과 저승의 거리와 같다고 중얼중얼 페인처럼 저녁이 오기도 전에 오늘의 오후 두 시는 딱 죽기 좋은 시간이었고 나는 정말 최선을 다해 울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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