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나의 우울에 대해 비난받은 적이 있거든. 긍정이 없으면 살기 힘들다나 뭐라나. 부정적인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 수밖에 없다며 막 그러더라. 근데 그거 솔직히 모르니까 하는 얘기잖아. 진짜 우울을 품어보면 그런 말 절대 안 나오지. 자책과 비관은 기본, 밤낮 할 거 없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울음과 무수한 감정 폭탄을 껴안고 사는 일이 얼마나 무섭고 두려운데. 버리려고 해봐도 온몸에 칭칭 감겨있는 폭탄같은, 어디서부터 어떻게 건드리고 풀어야 할지 모르는 거. 이 모든 게 정말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인 줄 아는 걸까. 자칫 감성놀이처럼 보일 수 있는 우울이 내게는 매일 견뎌내야 하는 무거운 짐덩어리라는 걸 아무래도 모르는 것 같지. 숨을 쉴 때마다 가시를 한 움큼 집어삼키는 것처럼 괴롭고, 도망이 습관으로 자리 잡은 내 삶. 그래도 이런 삶이라도 어떻게 해보겠다고 아등바등 사는데 굳이 그런 말을 해야 하나 싶어. 생각하면 할수록 그 사람들의 심리가 이해 안 돼. 우리 진짜 열심히 살잖아. 우울하다고 열심히 안 사는 것도 아닌데. 그리고 막말로 부정적인 게 뭐 어때서. 그렇잖아. 그거 다 더는 상처 안 받으려고 하다가 그렇게 된 건데. 그럼 애초에 주지를 말던가. 누가 이렇게 살고 싶댔나. 나도 처음부터 잘 살고 싶었어. 알지도 못하면서. 나는 아직도 내가 막 애틋하고 그래. 사람들 사이에 던져 놓으면 내가 마치 물가에 혼자 놓인 아이 같고, 잘해낼 수 있을까 걱정도 되고, 겨우 살아낸 하루를 마무리할 때면 그렇게 안쓰럽고 기특하다. 근데 이게 다 나 자신을 사랑하니까 그런 거잖아. 사랑하니까 걱정도 하고, 살겠다고 발버둥치는 게 안쓰러우면서도 기특한 거지. 나는 지금까지 내가 나를 사랑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는 줄 알았는데, 사실은 나도 나를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라는 게 너무 반갑고 벅차올라. 물론 이러다가 또 며칠은 징징거리며 삶이고 뭐고 다 싫다 하겠지. 그래도 이런 날도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이야. 비 온 뒤 맑음, 그거 일기에만 쓰는 글자 아니라는 거, 이것만으로도 조금 살만하다. 그리고 이게 나만이 아니라 모두들 그랬으면 좋겠어.
diary/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