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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life

사랑을 믿고 추락하고 사람을 믿고 또 추락했어

by 순애_ 2024. 5. 7.

아름다운 문장도 살고 싶지 않다로만 읽히던 때, 죽고 싶어 환장했던 날들. 그래, 있었지. 죽고 난 후엔 더 이상 읽을 시가 없어 쓸쓸해지도록 지상의 시들을 다 읽고 싶었지만 읽기도 전에 다시 쓰여지는 시들이라니 시들했다. 살아서는 다시 갈 수 없는 곳이 생겨나고 있다고 내가 목매달지 못한 구름이 붉은 맨드라미를 안고 울었던가. 그 여름. 세상 어떤 아름다운 문장도 살고 싶지 않다로만 읽히던 때. 그래, 있었지.

본질을 잃은 사랑도 사랑인지, 타락한 모든 마음이 어디로 향하는지 알 수 없었어. 사랑은 부질없고, 속이 텅빈 가식이잖아. 사랑이라고 부른다고 그게 다 사랑인 건 아니잖아. 우울로 변하는 건 너무 한순간이었고, 아무것도 믿지 못하게 된 그 순간 모든 게 검게 물들어. 새 시작을 할 수 있는 시작점으로 비로소 돌아왔다고 생각하려 했지만, 내가 사랑하는 건 망가져 뒤덮여 버린 것들이거든.

낡고 닳은 것들을 사랑해. 망가져 돌이킬 수 없는 마음에도 존재하는 그 꾸밈없는 순수함을 사랑해. 다듬어져 윤기나는 새 사랑은 나와 함께했던 시간이 없잖아. 상처 하나 없는 반듯한 사랑은 의미가 없거든. 걱정을 가장한 가증스러운 말들을 이길 논리는 없어. 사랑이 왜 사랑인지 설명할 수는 없는 것처럼. 이유없이 사랑하기를 반복하는 일은 무섭지만, 비워지지 않는 마음에도 이유는 없거든.

스스로 사랑에 지고, 방치해서 많이 강해졌어. 난 한없이 무른 모습 그대로 사랑을 하고 싶었는데 말이야. 그치만, 시간이 지나도 지금의 내가 안쓰럽지 않았으면 좋겠어. 믿는 그 무언가도 없고, 이유도 없이 내가 한 선택이 결국 옳길 바라. 모두가 보란듯이 말할테지, 이런 게 사랑이라고. 사실은 그 모든 타락과 생겨버린 변화마저 사랑하는걸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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