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몃 끼워둔 건 내 진심이었어. 아무도 모르더라. 실은 나 많이 아팠거든. 그건 내가 티 내는 방식이었어. 장난처럼 들렸다니 장난처럼 사라지면 어떨까. 죽지 못하게 떠오르는 얼굴이 있어. 핑계일지도 모르겠다. 삶에 미련이 남아서 그런가 봐. 늘어가는 약을 입에 쏟아부으면서도 조금 더 잘살아 보겠다는 욕심이 들어서 그랬어. 역류하는 알약에 목구멍이 따끔거려. 소화하지 못한 건 알약뿐만이 아닐 거야.
일렁이는 검푸른 어둠이 나를 집어삼켜. 언젠가 피어오르겠다는 약속이 모호해. 밤에 피는 꽃을 보러 오는 나비가 있을까. 길게 늘어진 선이나 어디서 다쳤는지도 모를 흉터를 쓰다듬다 보면 병든 건 마음뿐이 아니란 생각이 들고. 누구의 잘못도 아니었을 거란 말에 기대서 짐을 조금 덜어내기도 해. 유별난 나를 어떻게 다룰지 모르겠다. 너무 서럽다. 나도 나를 어떻게 할 수 없으니. 불안에서 안정을 찾을 수밖에 없는 내가 너무 서러워서, 너무 착잡해서 가슴팍을 내려치곤 해.
숨 쉬는 것조차 어려운 생이라니. 옥죄는 걸 뜯어내려 버둥거리고 도피처로 쫓겨가 가쁜 숨 내쉬고 그러다 보면, 살아있음에 안도함과 죽지 못한 아쉬움이 동시에 휘몰아쳐. 음절 마디마디 시려와. 언제쯤 완전한 문장을 덮고 잘 수 있을까. 난 나의 재생력을 더는 믿을 수 없어. 반복되는 후회는 동반자가 된 지 오래야. 예상과 달리 허물을 벗는다고 어른이 되는 건 아니었어. 필요에 의해 움직이는 사람 각자의 가치에 부합하지 않으면 버려지는 게 당연한 듯 굴어. 내가 말했잖아. 언제든 필요하면 나를 쓰라고. 버려져도 괜찮을 마음으로 산다고. 재생되지 않는 내가 이제 질린 거야?
이명과 환청 사이에서 진실을 찾으려는 내가 한심해서 더는 못 봐주겠어. 가진 적도 없는 안온함을 꿈꿨어. 무던하기만 해달라는 나의 바람은 간절하지 못했던가. 얼마나 더 간절해야 하는 건지 고통이 무감각해질 때까지 달려온 하루하루가 짓물러 가는 걸 지켜보는 게 전부야. 곱씹어봐도 내 탓인 건 변하지 않아. 달콤한 단어들 사이로 쓴맛을 찾는 나야. 쉽게 소멸하는 마음을 건네지 말아줘. 나는 처리하는 법을 몰라. 옥상 구석에서 연신 떨어가며 미련하게 온기를 더듬거리는 나야. 살고 싶게 만드는 당신의 얼굴이 그만 떠올랐으면 좋겠다. 상처가 너무 쉽게 아문다. 조용히 잊힌 나의 마음처럼.
'writing > lif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애정하는 나의 미완성으로부터 (0) | 2024.05.29 |
---|---|
낭만 실조 (0) | 2024.05.24 |
삶의 조언들 (0) | 2024.05.18 |
사랑을 믿고 추락하고 사람을 믿고 또 추락했어 (0) | 2024.05.07 |
최소의 최선 (1) | 2024.05.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