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writing/life

낭만 실조

by 순애_ 2024. 5. 24.

요즘 따라 너무 힘이 들고 지칩니다. 인간관계부터 시작해 일도, 공부도. 사람 하나 상대하는 것도 언제부터인가, 제게 일이 돼버렸고,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부터 모든 것을 계산하게 돼버렸습니다. 계산적인 삶을 사는 저를 보면 자조하게 되기도 합니다.

어릴 적 제 꿈이 뭐였을까요. 언제부터인지 저는 꿈을 잃었습니다. 아니, 잃은 척하고 삽니다. 세상은 제 꿈을 그리 예쁘게 품어주지 않을 테니까요. 누군가 청춘을 외치면 저는 입을 더 굳게 다뭅니다. 조금은 애처로운 눈빛으로 공감을 표시하고는 집을 향해 돌아니다 한때는 저도 그랬을 텐데, 하며 추억을 회상하기 전에 바삐 걸음을 뗍니다.

언제부터인가 저는 초심도 잃었습니다. 돈을 버는 것도, 사람들을 만나고 무언가를 배우는 것도 다 저의 행복을 위해 시작했을 텐데, 이제 와보니 딱히 행복하지 않은 것 같아 괴롭습니다. 소주잔을 친구 삼아 포장마차에 앉아 주변을 둘러보면, 저만 그런 것 같진 않아 괜히 안심이 됩니다.

저는 언제부터 그렇게 좋아하던 낭만을 잃어버렸을까요. 소복소복 쌓인 눈에 발자국을 남기면서 걷는 일, 소중한 친구와 술 한 잔 하면서 진탕 취해 노래방을 가는 일, 지나가다 작은 소품을 사며 나에게 선물을 하는 일. 언제부터 이러한 일들은 제 마음을 채워주지 못했을까요. 참 나쁜 마음이지만, 혼자 앉아있는 사람들의 뒷모습을 보니 저만 얄팍하게 사는 것 같진 않아 다행이라는 생각도 합니다.

아 그래서 제 꿈은 뭐냐고요?

제 꿈은요. 잘 사는 거요, 잘 사는 거.

'writing > life' 카테고리의 다른 글

행복의 조건  (0) 2024.07.12
애정하는 나의 미완성으로부터  (0) 2024.05.29
미약한 나야  (0) 2024.05.23
삶의 조언들  (0) 2024.05.18
사랑을 믿고 추락하고 사람을 믿고 또 추락했어  (0) 2024.0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