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을 반으로 쪼개서 운다. 반만큼도 채 울지 못하고 또 반으로 슬픔을 나눠 담는다. 삶에 지쳐 허덕이다 가까스로 여유가 생기면 담아뒀던 슬픔을 꺼내 운다. 지친 탓에 꺼이꺼이 울지 못하고 표정이 없는 얼굴로 눈물만 주룩주룩 쏟아낸다. 오늘도 역시 울지 않으려 했다. 참아왔던 울음이 터져버리면 나는 영영 울지 않는 법을 잊어버릴 것 같아서. 하루가 멀다 하고 눈물로 밤을 지새우는 날들이 점점 늘어날 것만 같아서.
하지만 역시 후두둑 쏟아지는 눈물은 소나기처럼 쏟아졌다. 닦아도 닦아도 닦일 기미가 보이지 않아 눈물 닦기를 그만두었다. 엉엉 소리 내어 울 수조차 없는데, 눈치 없는 눈물은 뭐가 그리 급한지 서로 앞다투어 쏟아지기 바쁘다. 시큰거리는 코를 붙잡고 입으로 쌕쌕 밭은 숨을 몰아쉬며, 눈치 없이 쏟아지는 눈물이 마르기를 기다려 본다. 울고 있는 내게 무슨 일이냐며 다정하게 말 한 마디 건네는 이 하나 없다. 얼굴을 잔뜩 구기고 한숨을 내뱉으며 그만 좀 울라며 다그치는 이 뿐이다.
이제는 쪼개서 숨길 슬픔이 티끌만큼도 없지만 그마저도 반으로 쪼개서 담아둔다. 야금야금 모아둔 슬픔은 금새 눈덩이처럼 불어나 순식간에 나를 삼킨다. 슬픔에 잠식되어 사라진다는게 얼마나 황홀한 일인지. 애정하는 것들에 맘껏 정을 주지 못하는게 웃기지. 겁이 많은 건지 무정한건지. 차라리 무심한게 더 나았으려나.
빈자리를 손으로 쓸어본다. 떠난 이의 자취는 없지만 온기는 남아있다. 쓸쓸한 손 끝을 바라보며 쓰게 웃었다. 텁텁한 미소가, 알싸한 눈물이, 소리내지 못하고 꺽꺽거리는 울음소리를 대신 한다. 당장이라도 투박한 손길이, 두터운 온기가 얼굴을 감싸쥐고 품에 가둬둘 것만 같은데, 냉랭한 한기가 감돈다. 우는 이의 얼굴을 바라보며 어찌하지 못하고 마른 세수를 하던 이의 얼굴이 아직도 선한데, 그 이는 어디에도 없다. 계절을 타는 모양이다. 나답지 않게 떠난 이의 뒷모습을 이토록 그리워 하게 될 줄이야.
diary/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