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으로 바라건대, 더 이상의 어리석은 이별은 없기를. 지난 날의 나는 헤어짐에 있어서 회환이 없는 인간이라 자부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 내 전신을 가득 채우는 이 공활한 감각은 그 믿음의 반증이었다. 너는 늘 내 무릎에서 소실되고, 나는 늘 네 복사뼈 근처에서 운다. 너는 붉어진 내 가슴께까지 오지 못하고 나는 울음을 참지 못한다. 사랑이라면 지긋지긋하니까. 이건 이별이라고 한다. 나는 무참히 끊어진 인연의 앞에서도 미련하기 그지없어 목만 메었다. 그리고 어수룩했던 착각으로 점철된 추억들은 마침내 왈칵 일그러졌다. 이미 몇 번이고 구겨진 기억에 짙게 남은 자국을 보면서, 우리의 관계는 이제 정말 회생이 불가함을 자각했다. 맺음과 끊음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공존하는구나. 이제 와서 애정을 외친다고 달라질 것은 없지만, 점점 선명해지는 시린 감각은 계속 미련을 낳는다. 나만 놓으면 남이 될 우리의 관계가 거칠게 헐떡인다. 그러한들 우리의 결말은 이미 정해졌고 남은 것은 단념뿐이지. 이제는 정말 너를 놓아야 하는 순간이다.
평범하게 살아. 마음 졸이며 연애하지 마. 그냥 잘 살아. 고마웠어. 아직도 너를 엄청나게 사랑하지만 이제 끝이 보이는 것 같아. 점점 소홀해지고 의무감에 관계를 이어나가는 것 같아. 이제 너도 더 좋은 사람 만날 때가 온 것 같아. 나는 네가 너무 좋았고 좋아하고 사랑해. 너는 끝내 헤어지자는 말을 나한테 못할 것 같아서 그래서 내가 먼저 끝내자고 하는 거야. 이렇게 끝내는 게 맞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어. 아마 내일 후회할 수도 있고 며칠을 아니 몇 달을 울면서 지낼지도 모르겠어. 그래도 괜찮아질 거야. 너에게 이 말을 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어. 몇 번이고 고쳐 써 봐. 사랑했고 사실 여전히 사랑해. 사랑하는 너를 놔줄게. 이제 놔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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