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들 걸 알면서도 꽃을 사고 떨어질 걸 알면서도 단풍 앞에 배시시 지나갈 줄 알았던 계절을 붙잡기도 하고 헤어지기 싫은 마음에 해가 지지 않길 바라기도 했어 다 끝나버릴 줄 알고 있었으면서도 아쉬운 마음에 서글퍼지는 거 있잖아
알고 있었어 단풍이 빨갛게 나무를 수놓다가 하나 둘 떨어질 때쯤 바람이 거세지고 점점 낙엽이 거리를 서성일 때쯤 점점 온기는 사라지고 햇빛에 아무런 영혼이 없다고 느껴질때쯤 겨울이 오는구나 했어
난 이미 알고 있었어 사랑한다는 말을 먼저 해주지 않았을 때부터 나를 찾는 날보다 네 생활이 더 많아졌을 때도 나를 바라보는 네 시선이 더 이상 따뜻하지 않았을 때도 곁에 두고서 내가 있음을 감사할 줄 모를 때에도 이별이 오는구나 했어
미리 알고 있었음에도 준비도 하고 있었음에도 그럴 거라고 예상하던 게 다가오고 함께 있던 게 떠나가면 괜히 슬프더라 괜히 눈물이 나고 괜히 조금 서러운 거 있잖아 그런 거지 내 마음을 알아줄 이는 없었고 난 큰 걸 바란 게 아니었는데 말이야
바람이 많이 차다 눈이 시리다
감기는 꼭 조심해 날이 추우니까
writing/pa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