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겨울 뿐일 때. 그곳에 살던 사람들에게는 겨울이란 단어가 딱히 필요 없었을 것이다. 다른 계절의 존재를 몰랐으므로, 그것들과 구분될 필요도 전무했다. 나는 봄이 있단 사실을 알게 되고 나서야 역설적으로, 겨울이 얼마나 춥고 혹독한지 비로소 알게 되었다. 내가 버텨온 겨울의 고독을 그제야 이해하게 되었다는 뜻이다. 나는 고독을 이해하는 동시에 고독해졌다. 나를 둘러싸고 있던 세계가 단번에 고독뿐인 것으로 변모했다. 이해는 일방적이라 좀 폭력적인 구석이 있다고 그랬지. 내게 다른 계절이 있단 걸 알려준 사람이 했던 말이다. 나는 가끔, 차라리 내가 멍청했음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고독과 쓸쓸함을 이해할 필요 없는 세계에서, 그저 당신의 글자만 오독하면서, 그렇게 살면 어땠을까. 고독하지 않았을까? 그러나 지금의 나는, 겨울도 고독도 쓸쓸함도 글자가 함의하는 마음도 이미 이해해 버린 뒤였다. 이해란 일방적이기 때문에, 이해하기 전으로 돌아갈 수는 결코 없는 거였다. 나는 이제 봄에 살고 싶다. 나는 이제 봄에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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