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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2022

20220812

by 순애_ 2024. 8. 22.

솔직히 말하면 스스로를 내리깍는 것만큼 쉬운 일도 없다. 나처럼 한심한 사람들이 동시대에 여럿 살아 숨쉬고 있으려나. 일찍이 눈을 떠도 두세 시간이고 잠잠히 침대에서 산송장같이 자빠져 있는 사람이 있으려나. 휴대폰을 보다가 더 이상 할 게 없어서 또 휴대폰을 들여다보는 사람이 있으려나. 유년 시절 당연하다는 듯 배웠던 양치와 세수, 샤워 그리고 아침밥, 방 청소같은 습관들을 이렇게까지 막무가내로, 불규칙하게 할 수가 있다니.
연명하듯이 겨우겨우 살아내는 것도 이렇게나 어려운 일이었다니. 맘먹은 행동 하나 옮기는 데에만 몇십 분 소요돼서 이쯤 되면 그냥 잠자코 살다 가는 게 최선일 거란 생각까지 들어. 열여덟 때엔 그저 넓은 집 거실 안에 작디작은 내 어둠의 방 하나쯤 키우는 느낌이었는데, 그에 비하면 지금은 칙칙한 터널 그 안 어디쯤인지도 모르는 불 꺼진 통로에 갇힌 것 같다. 분명 열려있을 텐데, 입구와 출구가 있을 텐데 하면서 걷다 보니 이게 진정 걷고 있는 건지 가만히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발끝을 뗄 때마다 족족 사라지곤 하는 발자국들도 이젠 죄다 내 것이 아닌 듯하다.
어디로 가야 해요. 어디서부터 건드려야 해요. 조언을 구하면 구할수록 변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직감이 기정사실화 되는 것만 같아서 두려웠다. 다들 말은 힘들다 힘들다 하면서 정작 나만 이렇게 한심한 꼴이란 걸 인정하게 될까 봐서. 괜찮아, 닥쳐오는 불안만 해결하고 또 당장 오늘의 무력함만 회복하면 되잖아. 괜찮아. 괜찮아,라는 말은 진짜 위험한 거다. 너 그거 아니. 얘는 고작 세 글자 만으로 모든 걸 무마시켜 버리거든. 그렇지만 이쪽이 훨씬 평온할 지도, 행복할 지도. 단순함과 무식함은 나의 또 다른 한심한 무기가 된다.
나는 안온하고 바보 같은 삶을 고를게. 여느 당신들처럼 열심히 발악하며 타오르지 않을래. 아무도 모르게 천천히 가열되어 녹다가 굳다가를 반복하다가 생명을 잃을래. 무언가를 자각하는 순간 내 모든 의식을 닫을게. 기억을 지울래. 금방 바뀌어버리는 진열장의 소모품처럼, 그렇게 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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