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얘기를 털어놓으려고 마음먹은 게 정말 오랜만이다. 사랑받지 못해서 생긴 결핍도, 내가 정말 가진 게 아무것도 없어서 힘든 게 아닌 걸 너무나도 잘 안다. 그저 너무 애쓴 마음 때문에 채워지지 않는 내 속이 공허한 것이다. 난 사랑을 많이 주는 사람이니까, 사람들은 언제까지나 내가 이 자리에 있으면서 반겨줄 거라고 굳게 믿고 있나 보다. 근데, 사실 아쉬운 쪽도 나라서 떠나지 못하고 내가 머물고 있는 게 맞다. 나는 우정, 위로, 응원 그 모든 관심을 사랑으로 여기는데 내가 너무 거창하게 사랑이라고 이름 붙이며 살았나.
사람들은 나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다. 내가 웃고, 내가 별일 없다고 말하면 더 이상 나에 대해 궁금해하지 않는다. 나의 하루가 어땠는지, 어떤 마음으로 하루를 보내고 있는지. 힘들면 언제든 얘기하라는 사람들도 정말 진심으로 나의 마음에 관심 없는 것 같아서 회의감이 든다. 사람들은 내가 힘든 티가 나고, 직접 힘들었다고 말할 때가 사실은 얼마나 오랜 시간을 이미 혼자 앓은 후인지 모른다. 그때그때 털어놓는 사람들과 같은 무게로 여겨지고 싶지 않았는데, 얘기할수록 내 시간들이 우스워지는 게 너무 싫어서 자꾸 혼자 견디는 쪽을 택하게 된다. 쓸데없는 알량한 자존심일까. 누군가에게 약해 보이기 싫은 것 같다.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조금씩 잊혀 간다. 사람을 정말 사랑해서, 같이 이야기하며 웃고 울었던 기억들로 힘들었던 날을 이겨내고, 한 사람을 정말 미친 듯이 사랑해서 함께할 미래도 그려보고, 서로에게 못난 모습을 보여주고도 부끄럽지 않다며 서로 의지하던 내 주변 사람이 나의 행복이던 때가 있었는데. 누군가에게 나의 누구라고 불린 만큼 특별한 사람처럼 느껴진 적도 있었는데. 사람과 어울리며 마음 편하게 웃고 울던 내가 생각이 잘 나지 않는다.
그래도 이 모든 것들을 아직 사랑하고 있는 사실은 확신할 수 있다. 결코 혼자 있다고 행복한 것은 아니니까. 사람을 여전히 너무 사랑하면서도, 마음이 닫혀서 사랑받기를 내 손으로 거부하고 있는 것 같다. 사실 내가 받고 있는 것들이 그다지 사랑이 아닌 것 같아서. 내가 그렇게 쉽게 이름 붙이는 게 사랑이었는데, 왜 이제는 찰나의 관심에 매 순간 버려질 바에 사랑받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드는지. 버려짐이 무서워 자꾸만 마음을 주는 게 두려워지는지.
나는 지금 과거의 바랜 추억들 속에 살면서 초라한 지금의 나를 버려졌다고 여기고 있다. 자꾸 나를 버린 그들이 후회했으면 좋겠다는 이기적인 생각이 든다. 내가 사랑을 맘껏 퍼줄 때, 내가 마음을 열고 항상 곁에 있었을 때를 그리워해주길 바란다. 나도 한 번쯤은 나만 생각할 수 있지 않은가. 나도 내가 받은 것들보다 받고 싶은 것들을 더 생각할 수도 있지 않은가. 이렇게 나는 서서히 내 발로 낡은 것들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는 걸까.
diary/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