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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2024

20240211

by 순애_ 2024. 4. 7.

괜찮은 것들은 다 죽었고 제일 불쌍한 나만 살았다. 가장 죽고 싶던 나는 질긴 목숨을 붙들고 겨울을 살아남았다. 마음에 드는 것들은 모두 죽었고 나만 겨울을 살아남아 또 여기 있다. 이별 앞에선 어제의 나보다 조금 더 나은 사람으로 마주하길 바랐는데 늘 더디고 연약한 모습은 여전하다. 아픔에 성장하질 못해서 섭섭함에 어쩔 줄 모르는 어린아이같이 모든 불안함 앞에선 자꾸만 한없이 작아진다. 내일이면 그때와 다를 바 없이 또 새벽의 우울함들에 한없이 파묻히겠지. 깊숙이 들어가 날 찾지도 못한다면 더 좋겠다.
꼬일 대로 꼬여버린 것 같아 다시 우울해졌다. 공허한 감정들만이 남아 공간을 가득 채운다. 지겨운 나날의 반복에 점점 지쳐간다. 난 잘하는 게 뭔지 좋아하는 게 뭔지도 모르겠고, 그렇다고 노력하는 사람도 아니라 나 자신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옛날에는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내가 왜 이렇게 되었을까. 판단력도 흐리고 말도 잘 못하고 그냥 어린애로 다시 돌아간 것 같다. 그냥 모르겠다는 말 밖에 생각이 나질 않다. 내일은, 아니 며칠 후라도 제발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
눈을 뜨면 시작되는 하루들이 싫다. 어제와 같은 오늘, 그리고 오늘이 반복될 내일. 모든 게 지겹다. 첫 단추부터 잘못된 내 삶들이 자꾸만 미워진다. 그만하고 싶다. 나는 불쌍하기도 싫고 가엽기도 싫다. 언제 행복해질 수 있을까. 즐거운 순간들도 잠시뿐이고 뒤돌면 금세 잊히는 기분들이다. 거울을 봤는데 잠을 못 자 쾡한 내 모습이 맘에 안든다. 아무 초점도 없이 흐릿한 눈, 힘없이 쳐진 어깨. 아니 그냥 내 모든 게 싫다. 죽지 못해 사는 것처럼 내 맘대로 되는 게 없다.
요즘 건강이 많이 안좋아졌다는게 느껴진다. 매일 자고 일어나면 코피가 나고, 먹는 걸 제일 좋아했는데 이젠 아무것도 먹고 싶은 게 떠오르지 않는다. 아무리 피곤해도 잠이 바로 오지 않고 잠들었다가도 새벽에 깨고 다시 자는게 반복된다. 꿈은 당연하게도 매일 꾼다. 해가 뜨면 잠이 오고 달밤엔 머리만 아프다. 그리고 아무 기분도 안 든다. 우울하다 이런 느낌보다는 그냥 아무 생각도 감정도 없는 것 같다.
결국 오늘도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고 허공에 붕 떠 있고 싶은 그런 날의 반복이다. 상대에게 건넨 다정이 내게는 화살이 되어 돌아올 때, 무언가를 참고 견딘 시간들이 누군가로 인해 뭉개지고 결국 여태껏 바보 같은 짓을 했던 사람이 되어 있을 때, 나는 도통 회복법을 모르겠다. 괜찮을 거란 말을 반복적으로 읊조려도, 텅 빈 마음을 수없이 어루만져봐도, 산산이 부서진 것들이 발끝을 자꾸만 찔러 현실을 지속적으로 일깨워주는 일. 점점 많은 것들이 건조해진다. 어느 순간부터 잘못이 아니었던 순간도 잘못처럼 여겨지는 날들을 대체 어쩌면 좋은지. 오늘도 그저 지나가는 하루 중 무료한 하루였길 바라며 숨 막히는 이 고요를 언젠간 즐길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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