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는 게 하나도 없고 아는 게 하나도 없다. 시간은 촉박한데 결과는 없다. 마음이 급해지니 짜증이 늘어난다. 여유가 없으니 신경질적이다. 내가 그렇다. 여유롭게 무언가를 해 본 기억이 없다. 여유 있는 마음은 두둑한 통장잔고로부터 나온다고 했었던가. 피식 웃고 말았던 말이 크게 와닿는다. 흘려들었던 말들이 다 내 얘기 같다. 나에게 들으라고 하는 말 같다.
익숙해서 점점 질려갔고 신선한게 필요해서 새로운 걸 찾지만, 결국 익숙한 것에 이끌려 또 다시 익숙한 것을 보고 있다. 내가 하면 익숙하고 진부하고 남이 하면 새롭고 신선하다. 누구나 다 하는, 누구나 다 아는, 누구나 다 할 줄 아는 그런 것들이 내가 하면 당연히 해야 하는 것, 당연히 알고 있어야 하는 것이 된다. 스스로에게 관대하지 못하고 너무 박한 건 아닌가 싶다가도 다들 원래 이정도는 하지 않을까, 하며 생각을 고쳐 먹는다.
얻는 것 없이 잃는 것들만 점점 늘어난다. 잘 하는 것과 잘 해야 하는 것, 잘 하고 싶은 것 중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무엇을 해도 되는지 분간 조차 안 된다. 앞을 보며 살기에도 바쁜 와중에 계속 옆을 곁눈질 하며 살게 된다. 끊임없이 비교하고 저울질하며 스스로를 옥죄는 행동을 하면서 무엇이 나인지 잃어간다. 내가 나인지, 타인이 나인지 비슷한 것들 속에서 비슷하지 않으려 발버둥 치지만 결국 비슷한 결과만 내놓는 꼴이 참 우습다.
옛날에는 이랬지, 저랬지의 끝은 결국 그 때가 좋았다가 되었고, 의미없는 과거 회상만 하며 시간을 허비하고 돌아오는 길은 허탈하다. 터덜터덜 힘 없이 걷는 발걸음이 조금이라도 가볍길 바라며 털어내고 덜어내 보려 하지만, 과거보다 나아지지 않는 미래가 되는 현재의 순간이 야속하다. 미래엔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길 하고 바랐던 과거의 내가 더 똑똑하다. 챗바퀴 도는 매일의 반복이 지겹다. 따듯한 이 달의 마지막 날은 너무나도 최악이다.
diary/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