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ary/2023

20230510

by 순애_ 2024. 8. 19.

나에게 산다는 건 차들이 도로 위를 멈추지 않고 달리는 고속도로 한복판에 위험하게 서 있는 것과도 같은 일이다. 한없이 짙어지기만 하는 나의 밤에 지나간 것들을 생각하며 마음 아파하기도 한다. 가만히 서있어도 진이 빠지기만 하고, 내 마음은 항상 바다만을 찾고, 그 모두가 낯설어서 점점 무기력하게 혼자 죽어간다. 때론 뒤쳐져도 괜찮다는 말을 들어 본 적도 있지만, 그 말을 스스로 해준 적이 없어서 단 한 순간도 편히 있었던 적이 없었다. 이 끈질긴 불편함을 견디기 위해 내가 가진 온 힘을 써버려서, 내게 남은 힘이 별로 없어서 견디다 못해 무너져 버려서, 난 결국엔 죽고 말겠지.

나의 존재를 유의미하게 느끼기 위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나의 필요를 묻지만, 그 마저도 매번 확인해야하는 지치는 일이었기에 시간이 더 흐른다면 나에겐 그저 썩어가는 것밖에 남지 않을 것 같아서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게 됐다. 달이 떠서 지고, 꽃도 피고 지고, 구름마저 흘러가는 동안 난 제자리에서 무얼 하고 있나. 무엇이 사라져서 내 마음은 이렇게 공허한가. 나에게 필요한 건 무엇이고, 또 어떻게 채워넣어야하는지. 바보가 되어 세상에 버려진 난 짓밟혀 죽고, 스스로 떨어져 죽었다. 수 차례의 죽음에도 난 아직 지독하게 살아있는 기분이다.

요즘은 이 지독한 우울 때문에 악몽을 꾸게 해달라고 빌었다. 차라리 무서운 꿈에서 깨면 현실이 아름다워보일 것 같았다. 시간은 아무것도 해결해 주지 않았고, 악몽과 현실은 아무것도 다를 게 없었다. 내 세상도 생각보다 많이 참혹했던 것이다. 나를 사랑하는 일 외엔 나를 지킬 방법은 없고, 하지만 난 그 방법을 모르고.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이 될거라는 확신에 가득찬 말은 항상 못미더웠고, 잘하고 있다는 말 고생했다는 말의 진심따윈 와닿지 않았다. 사람을, 세상을, 사랑하는 건 참 어려웠다. 반감이 그렇게나 많은 불안정한 마음으로 사랑을 하겠다는 건 공허한 짓이다.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은 불쌍하게도 쓸모없는 감정을 갖고, 자신이 믿고싶은 걸 믿으며 살아가지만, 기적은 아무리 간절해도 일어나지 않더라. 이상을 생각할 겨를도 없이 현실을 살아간다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힘겨운 일이다.

'diary > 2023'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30414  (0) 2024.08.29
20230602  (0) 2024.08.28
20231224  (0) 2024.08.13
20230204  (0) 2024.08.05
20230114  (1) 2024.07.30